올 한 해 대구에 2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몇 년간 분양물량이 많았지만 매매가 변동률이나 전세가 상승률이 전국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 부동산 시장이 아직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때 2만6천여 가구에 이르던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고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량 줄어드는데 가격 상승, 외지 떴다방이 청약시장 달궈"…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
-대구 부동산 경기를 과열로 보는 이유는?
▶지역 아파트 시장은 지수적인 측면에서 전국에서 가장 좋은 상황이다. 지난해 이후 높은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매매시장의 경우 올 들어 10월까지 7% 이상 올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표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는 호가 위주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져 문제시되고 있다. 거래량은 줄고 있는데 가격의 상승세는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 예를 들어 올 6월 거래량은 1만752건으로 월별 사상 최대 거래량을 나타냈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79%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 8월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이 4천236건으로 거래량이 60% 줄었다. 특히 개인 간 거래는 8월 8천315건에서 2천943건으로 65% 떨어졌다. 여전히 이 기간 가격 상승률은 0.89%로 높았다.
분양시장도 이달 현재 1만3천여 가구가 분양을 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분양률도 100% 분양 단지가 상당수다. 여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외지인이 높은 청약가점으로 당첨되고 다시 프리미엄을 붙여서 지역민들에 팔면서 시장은 과열되고 그 피해가 지역에 돌아오고 있다.
-시장과열이 딱히 문제시되는 이유는?
▶지역에서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수성구다. 올해 수성구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중소형 평형의 단지공급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청약 최저점이 60점은 넘어야 해 지역민에겐 그림에 떡이 됐다. 투기꾼들은 외지에서 웃돈을 주고 높은 점수의 청약통장을 사오고 있다. 이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연말까지 2만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는데 공급과잉 우려뿐만 아니라 투기꾼들이 일시에 빠져나갔을 때 지역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를 맞을 수 있다. 실제로 2005년까지 지역 부동산 시장은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갑자기 공급과잉과 더불어 투기성 자본들이 이탈하면서 2006년 하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3년 연속 시장이 고전했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일제히 분양 물량을 잠그면서 시장이 빙하기를 맞았다.
-8'28 정부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8'28 부동산 대책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시장 전체로 볼 때 부작용도 만만찮다. 우선 이번 대책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모두 거래부진이라는 병을 안고 있는 상황이 같다. 하지만 원인은 전혀 다른 점을 반영하지 못했다. 수도권은 계속 가격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끊겼고 지역은 단기 가격 상승이 높아 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구는 수요보다는 투기성 자본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쳐 호가 위주의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점점 더 거래 사다리가 끊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간 지방과 중앙이 다름에도 동일한 대책을 중앙과 지방에 같이 시행하면서 시장이 왜곡됐다. 이 때문에 지방에 많은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지방 정부의 의견이 부동산 시장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 지방 분양시장이 과열돼 있는데도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오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향후 지역 부동산 시장 전망은?
▶지역 시장의 경우 현재 가을 이사시즌이고 최근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연말까지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 중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혜택이 연말에 끝나고 내년 1분기 4천여 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면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그동안 조정받아야 할 시점에 제대로 조정을 받지 못해 단기적으로 시장이 급랭할 수도 있다. 최근까지 투기성 자금의 추격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을 지탱하는 것은 물론이고 호가를 상승시켰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에 다시 독이 될 수 있어 향후 시장에 대한 부담이 될 개연성이 크다. 정리'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5개 복합 신도시 12만명 유입, 주택 수요 받쳐주는 추진 동력…김종도 대구시 도시주택국장
-대구 부동산 시장의 여력이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올해 공급 예정인 아파트 2만1천여 가구가 부담스러운 물량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단기간에 중소형에 치우친 공급이 이상과열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2008~2012년 5년간 아파트 누적 공급량이 3만2천여 가구로 연평균 6천400여 가구가 공급되었고 대구의 연간 적정수요가 1만3천600여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서혁신도시와 대구테크노폴리스, 이시아폴리스, 대구국가산업단지, 성서5차단지 등 5개 지구 12만여 명의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복합 신도시가 대구의 주택 수요를 받쳐주는 추진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공급을 분산시켜주고 있어 올 한 해 물량만으로 과열이라고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8'28 부동산 대책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수도권에는 매매가 늘어나고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구는 매매는 줄고 매매, 전월세 가격이 다시 오르는 등 다소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올 6월 전월 대비 0.9%의 상승률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후 7월 0.79%, 8월 0.44%로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8'28 대책이 발표된 후 9월에 0.84%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전세가격도 3월에 전월 대비 1.17% 상승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8월 0.37%로 상승세가 둔화되었으나 9월에 다시 0.66%로 급등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8월 주택 거래량은 5천99건으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6월의 1만3천275건에 비해 급감했다. 이처럼 거래량은 줄고 가격은 호가 위주로 계속 상승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사례에서 봤듯이 취득세 인하가 주택 매매를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고 이번 대책은 영구적인 인하조치이므로 지방세법, 소득세법 등 관련법이 개정되고 모기지 공급이 확대되면 거래가 차츰 회복되고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가?
▶대구혁신도시, 대구테크노폴리스, 이시아폴리스, 대구국가산업단지, 성서5차단지 등 복합 신도시가 당분간 대구의 주택수요를 받쳐주는 추진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어 수급물량만 잘 조절하면 과거와 같이 일시적'지역적으로 공급이 몰리는 현상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최근의 호황이 2009년 이후 신규 중소형 아파트 공급물량 부족과 최근의 중소형 선호현상이 겹친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요인이므로 내년 하반기부터 수급균형과 함께 가격도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주택 정책의 틀은 무엇인가?
▶지방자치단체의 주택 정책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궤를 달리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주택정책의 기조인 임대주택 보급 확대와 전'월세 시장 안정 및 매매시장 활성화에 보조를 잘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 중에는 수급조절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지역 외 주택건설사와 지역 주택건설사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주택수급에 대한 정보 교환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역 외 주택건설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설계, 분양대행 및 광고 등에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업승인 단계에서부터 설계, 분양대행 및 광고 등에 지역 외 업체와 지역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권장하고 이에 협조하는 지역 외 건설사에는 인허가상의 행정편의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분양부터 지역 업체의 설계, 분양대행 및 광고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역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강력하게 밀고 나갈 계획이다.
정리'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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