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옥(구미시 송정동)
오랜만에 옛날 사진첩을 보다가 빛바랜 결혼사진을 보니 결혼 때의 일이 생각난다.
가까이 지내던 교회 청년이 "춘옥 씨, 오늘 저녁 식사를 같이 할까요?" 하기에 늘 선물 공세를 하며 관심을 두더니 사랑 고백이라도 하려나 하고 망설이다가 약속을 하고 나갔다.
웬 낯선 청년이 같이 나와 있었다. 알고 보니 지금의 남편인 자기 형님을 소개해 주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는 첫 만남부터 편안한 시동생과 같이 데이트를 하며 서로에게 호감이 가게 되었다.
시부모님과 처음 만난 후 아가씨가 너무 약해서 맏며느리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염려하시는 시부모님께는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봐 왔지만 감기 한 번 한 적 없다며 설득하여 결혼하게 한 중매쟁이 시동생이다.
나 또한 맏며느리로 대가족이 한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자신이 없어서 결혼을 망설이는 나에게 남편은 나를 왕비로 섬기겠다고 하는 말에 속아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은 현실이라 꿈같은 왕비가 아니라 시녀로 살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여 시부모님 눈치 채지 못하게 싸우느라 힘든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해결사인 시동생을 통하여 화해하곤 했다. 종부로서 손자를 기다리시는 시부모님은 둘째 딸을 출산하고 나니 이름도 출생신고도 해주시지 않을 때 딸아이의 이름을 지어 와서 그 섭섭함을 위로해주시던 시동생이었다.
한 곳을 바라보며 희로애락을 같이하고 나니 3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젠 시동생보다 남편이 더 편안한 나의 안식처가 되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니 싸울 일도 없어졌고 서로에게 아홉을 주고도 하나를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랑으로 진정한 왕비가 되어 남편을 왕으로 모시리라.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정석현(경산시 남천면 대명리)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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