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과 함께 책 읽기, 내 인생도 성찰"
지난달 30일 밤 대구시 남구 대구교대 부근의 한 건물 2층. 계절에 맞게 책 읽는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진다. '독서토론 활' 회원 15명이 함께 따라 읽고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한다. 여느 독서토론 모임과 달리 경찰관 제복을 입은 여경들이 눈에 띈다.
경찰과 독서 토론. 이들의 인연은 10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는 관내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한 교육을 했는데, 효율적 강의를 위해서 '활 스피치 아카데미' 이승은 원장을 초청해 스피치 교육을 받았다. 황진희 경사'이경선 경장 등이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후, 자발적으로 동료를 독서토론 모임에 불렀고 경찰 회원들이 대거 합류하게 됐다고.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 대한 성찰도 하고, 발표 과정에서 스피치 능력도 향상되니 일석이조인 셈.
황진희 경사는 "스피치를 배워 아이들이나 학부모에게 범죄 예방 강의를 할 때 자신감도 늘었지만 최근에는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하다 보니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참 좋다"고 말했다. 박성훈'윤현선 경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책 읽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일주일에 한 번 독서토론은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함께 읽은 책은 파커 J.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인데 책의 좋은 구절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대학생 남효원 씨는 "리더는 마스크를 쓴 귀 큰 토끼라고 생각한다. 대화에서 듣기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50대 주부 신지혜 씨는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하고 자식을 키우면서 화를 참는 법을 몰라 신경과 약까지 먹어야 할 만큼 힘들었는데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모든 것이 정화되었다"며 "최근에는 아들도 독서토론을 하고 스피치를 배우면서 인생의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왜관에서 사업을 하는 60대 김윤택 씨는 "브리핑하는 단순한 기술을 배우려 시작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앎에 대한 배고픔과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 매주 꼭꼭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토론을 이끄는 이승은 원장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전달과 설득은 좀 다르다"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참된 언어와 몸짓 그리고 유사언어까지 구사하여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게 하는 것이 우리 독서토론의 목표"라고 말했다.
독서토론 모임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매주 월'수요일 오후 7시부터 2 시간가량 진행된다. 문의 010-7537-3232.
글'사진 김도형 시민기자 sk8049797@empas.com
멘토'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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