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증오발언

입력 2013-10-10 11:23:47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지도자였던 장 마리 르펜은 거침없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악명 높았다. 그는 1996년 9월에 아프리카 출신의 불법 체류자들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모든 인종은 동등하지 않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2년 후에는 반유대인 발언을 해 유럽의회로부터 면책특권을 박탈당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직전에는 프랑스 대표팀을 두고 온갖 유색인종이 뒤섞여 순수한 프랑스가 아니라고 말해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국민전선 대표 자리는 그의 딸 마린 르펜이 이어받았는데 그녀도 아버지 못지않았다. 마린 르펜은 2010년 12월, 거리에서 이슬람교도들이 기도하는 장면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의 프랑스 점령에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 그녀는 이 때문에 2년 7개월 후인 지난 7월 유럽의회로부터 면책특권을 박탈당해 부녀가 나란히 불명예를 안는 기록을 갖게 됐다.

유대인과 흑인 등에 대한 인종차별의 역사는 유구하며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을 학살함으로써 극에 달했다. 이후 인종차별은 국제적으로 심각한 범죄로 규정돼 금기시돼 왔으나 정치계, 스포츠계 등에서 인종차별 발언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영국 프로축구 선덜랜드 감독직에서 해임당한 파올로 디 카니오는 선수 시절 나치식 거수경례를 수차례 해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최근 일본 사법부가 '재일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민족 차별 행위에 대해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특회는 조선인 학교 주변에서 '스파이의 자식들' '조선인 학교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는 등 혐한 시위를 일삼았다. 일본 우익 단체들의 '증오발언'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방치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법적 제재가 가해지게 됐다.

인종,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상대방을 모욕하는 '증오발언'(헤이트스피치)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에서도 보편적으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일본 내 혐한 시위와 증오발언은 그 자체가 오히려 혐오스럽고 역겨운 짓일 뿐이다. 그나마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본 사회 내에서 증오발언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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