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기역(ㄲ)으로 시작하는 7개의 성공 비결이 유행한 적이 있다. 꿈'끼'꾀'끈'깡'꼴'꾼을 갖춘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 요지다. 비단 사람만 여기에 해당할까. 대구라는 도시 역시 이 일곱 가지를 가져야만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구의 현실을 돌아보면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성공 비결 7개를 제대로 갖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먼저 꿈.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아내고 목표를 분명히 정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하고 싶은 목표에 도전하면 성공의 절반은 이뤄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구는 꿈을 가진 도시이고, 그 꿈을 성취한 도시인가. 당장 대구가 지나온 궤적을 살펴보면 "아니올시다"란 얘기부터 나온다. 민선 이후 대구시장들은 대구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수없이 내놨지만, 시민들로부터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대구가 지향해야 할 꿈에 대한 목표 설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젊은이들이 앞다퉈 떠나는 것만 봐도 대구가 꿈을 가진 도시라는 말에 수긍하기 어렵다.
그다음 끼. 성공하려면 반드시 대구만의 차별화된 끼, 즉 능력과 재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른 것은 남들보다 못하지만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그 무엇을 대구는 갖고 있는가.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랜 역사를 가진 대구는 이 나라 역사 순간순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구는 이 같은 일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대구가 다른 도시를 뛰어넘는 능력과 재능을 갖지 못한 탓이다.
꾀에서도 대구는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성공으로 가는 설계도를 그리고, 아이디어를 내고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이 바로 꾀다. 남부권 신공항이나 지역 현안에 대처하는 행태를 보면 대구는 꾀가 없다. 전략'전술은 찾아볼 수 없고 허둥대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인천이나 광주 등 꾀 많은 도시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한동안 대구가 자랑하고 기댄 것이 끈이었다. 지역 출신 대통령들을 배출하고 서울의 요직(要職)을 지역 출신들이 대거 차지하면서 대구는 정말 '끈'이 많았다. 이 끈 덕분에 소소하게 덕을 본 것도 없지 않지만 끝내 대구 발전에 획기적 도움은 되지 못했다. 지연'학연에 의한 끈에 매달린 탓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연줄이 아닌 실력을 토대로 한 폭넓은 네트워크, 진정한 의미의 끈을 대구는 갖지 못했다. 끈이 취약하다 보니 대구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깡도 대구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되는 것은 없고 안 되는 것은 많은 게 대구의 현주소다. 실행력 또는 추진력을 뜻하는 깡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에 머물지 않고 몸으로 부딪치는 깡을 가진 리더를 이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도전하고 밀어붙일 줄 아는 단체장이 없다. 입에 듣기 좋은 소리나 되풀이하고 복지부동하는 이들만 넘칠 뿐이다.
모양이나 생김새를 뜻하는 꼴. 모든 성공의 마지막 단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이미지가 곧 꼴이다. 그동안 대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 대구의 이미지 하나를 국내'외에 각인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중구난방(衆口難防) 식으로 대구에 대한 수식어를 떠벌려 놓기만 한 탓에 대구의 이미지를 심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꾼.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을 성공의 지름길인 꾼이라고 한다면 대구는 그리 후한 점수를 받기 힘들다. 전문가를 키울 토양과 분위기를 갖지 못한 때문에 꾼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이들이 많지 많다.
지금까지 언급한 쌍기역 일곱 가지 모두를 제대로 갖추는 게 대구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선후(先後)가 있는 법. 일곱 가지를 한꺼번에 갖춘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으로 '깡'을 들고 싶다. 실패를 겁내지 않고 몸으로 부딪치는 기풍부터 대구는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깡이 있는 리더들을 많이 뽑아야 한다. 생각하고 난 뒤 뛰기에는 대구가 처한 상황이 너무도 절박하다. 생각하면서 뛰고,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 깨질 각오를 하고 부딪치고 밀어붙여야만 대구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깡이 있는 리더들을 뽑을 지방선거가 이제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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