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잘 안되면 '상가푸어'…목돈 만들어 펀드 굴려라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모(51) 씨. 그는 몇 년 전 퇴직금 중간 정산으로 받은 목돈과 그동안 저축한 돈(2억5천만원)을 정기예금으로 운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수익이 시원치 않아 대체 투자수단을 찾고 있다. 박 씨는 은행 저축 외에 별다른 투자경험이 없어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기 위해 재무상담클리닉센터를 찾았다.
Q: 퇴직이 몇 년 남지 않았다. 대학에 다니다 군에 입대한 첫째 아들(21)과 고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들(18)을 두고 있다. 자산으로는 아파트를 제외하면 정기예금에 넣어 둔 2억5천만원과 정기적금 800만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있는 500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 두 아들 대학 졸업을 시켜야 하고 노후준비도 해야 한다. 그동안 침체되었던 대구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후준비를 위해 상가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상가에 투자하면 향후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상가 투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적절한가?
◆무리한 상가 투자는 금물
우리나라 많은 베이비부머들처럼 박 씨도 노후준비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 경제 개발 시기 청년기를 보낸 베이비부머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과거에는 부동산만큼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재테크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될 정도로 부동산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매월 꼬박꼬박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가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투자처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부동산 투자가 수익을 보장해 주는 시대는 저물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투자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박 씨는 대출을 받아 상가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박 씨가 상가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정기예금에 있는 2억5천만원이다. 박 씨는 2억5천만원을 대출 받아 총 5억원을 상가에 투자할 생각이다.
만일 박 씨가 5억원에 상가를 구입해 임대 수익률 6%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매월 박 씨가 벌어들이는 임대 수입은 250만원이 된다. 여기서 매월 지급해야 하는 대출금 이자 104만원(대출금리 5% 가정)을 제하면 월 146만원의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대의 은행 금리를 생각해 보면 괜찮은 투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상가가 공실 없이 임대가 되었을 경우를 가정한 계산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임대가 되지 않아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없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저성장 여파로 곳곳에 빈 상가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가 투자는 위험해 보인다. 특히 박 씨처럼 대출을 받아 상가 투자를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실제로 상가를 구입했다 임대가 되지 않아 매물로 내놓았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동산 신화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저금리, 저성장시대에는 노후준비로 상가투자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상가의 임대 수익률은 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금리가 낮아질수록 상가의 임대 수익률도 같이 낮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높은 임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저성장시대로 진입한 우리나라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볼 때 상가 임대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노후자금을 상가에 투자했다 임대가 어려워질 경우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처분마저 쉽지 않다면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 따라서 연금자산을 병행하는 투자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위험 분산
박 씨는 상가 구입을 미루고 목돈 3억원을 만드는 목표로 돈을 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가 구입은 목돈이 만들어진 후 부동산 여건 등을 감안해서 다시 검토를 해도 늦지 않다. 박 씨가 정기예금에 넣어 둔 2억5천만원은 정기예금과 채권형펀드, 주식형펀드로 분산해서 운용할 것을 권한다.
박 씨는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어서 지금까지 펀드 투자를 한 적이 없다. 하지만 펀드를 빼고는 돈을 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지만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펀드 투자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 최근 증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추종해 이리저리 금융상품을 갈아타기보다 적절한 자산배분으로 위험관리에 치중한다면 펀드 투자를 통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위험관리 차원에서 박 씨의 펀드 투자는 채권형과 성장주, 가치주로 고루 분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Q: 세금을 제하면 월평균 450만원의 월급을 손에 쥔다.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출하고 남은 돈은 주로 적금으로 저축하고 있다. 현재 가계의 현금 흐름을 점검해 달라.
◆위험 보장과 연금에도 최소한의 투자 필요
박 씨는 현재 가입해 둔 보험상품이 없다. 이는 박 씨가 보험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보험은 가입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보험을 가입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박 씨처럼 보험을 너무 멀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보험은 그 불확실성에 대한 일종의 헤지 수단이다. 만일 박 씨가 질병에 걸릴 경우 가정 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보험은 재테크라기보다 가정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방지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판과 같은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올 들어 실손의료보험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올 1월 3천858건에 불과했던 단독실손보험 가입자는 4월 1만447건으로 급증한 뒤 7월에는 1만4천843건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박 씨도 최소한의 위험보장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우선 박 씨는 부부에게 암 등의 질병을 보장해주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월 18만원 정도 불입하면 의료비 실손 보장이 가능하다. 또 월 12만원 정도면 두 아들을 위한 실손의료보험도 들 수 있다.
그리고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월 50만원을 은퇴 전까지 변액연금보험에 적립해 연금자산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 연금자산도 보험처럼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노후를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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