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도시 계획·인접 시·군과 행정 갈등…타산지석 삼아야
도청이 이전 완료된 지 8년여가 지난 전남도청 남악신도시와 지난해 연말 이전한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본지는 두 도청 이전 신도시의 현재 모습을 통해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의 성공을 위해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상하에 걸쳐 짚는다.
광주에서 무안으로 8년여 전 이전한 전남도청사는 '남악신도시'로 조성돼 있고, 지난해 말 대전에서 홍성'예산으로 이전한 충남도청사는 한창 조성 중인 '내포신도시'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곳의 도청 신도시들은 당초에 꿈꿨던 도시에서 벗어나 기형적이고 차별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조성되거나, 행정 갈등과 정주 여건 부족 등 다양한 초기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덩달아 도청 신도시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기대 심리도 '한숨'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남악'내포신도시의 모습을 통해 2015년부터 본격 개청될 예정인 경북도청 신도시의 미래를 내다봤다.
◆차별화 없는 바둑판 도시, 전남도청 '남악신도시'
목포시 옥암동과 무안군 삼향면'일로읍 일대 14.5㎢에 조성되는 전남도청 남악신도시는 2019년까지 모두 2조5천835억원이 투입돼 인구 15만 명의 중소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남악신도시에는 전남도교육청, 전남지방경찰청, 전남통계사무소,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남신용보증재단, 전남문화산업진흥원,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 22개 기관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당초 이전을 계획했던 상당수의 기관들이 이전을 철회했다. 이 때문에 23층 높이의 전남도청사와 전남도교육청, 경찰청 등 몇몇 대형 기관들만이 이전한 바람에 전문가들은 자칫 남악신도시가 목포의 배후도시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청사 23층 장보고 전망대에 오르면 영산호를 끼고 넓은 신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도청 정면과 좌'우측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만이 빼곡히 들어찬 광경을 볼 수 있다.
남악은 당초 교통'생태천국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교통'생태 분야 시범도시로 지정돼 '신도시 건설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악에서 교통'생태천국은 찾아볼 수 없다.
바둑판 모양으로 반듯반듯하게 뚫린 도로변 곳곳은 주차된 차들로 어지러웠다. 게다가 북쪽에 오룡산, 서쪽에 부주산, 동쪽에 망모산, 남쪽에 영산호가 있어 '산'천'호수'를 연결하는 친환경 생태도시로 조성한다는 당초 도시계획과 달리 이렇다 할 공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전남발전연구원 이건철 원장은 "교통'생태천국을 지향하던 남악신도시에 이렇다 할 공용주차장과 공원 한 곳이 없는 상태"라며 "도로변마다 불법 주정차들로 몸살을 앓지만 아예 단속조차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신도시를 상징하면서 타 도시와 차별화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없다. 단지 정원과 광장, 열린마당 등으로 도민들이 자신의 안마당처럼 드나들고 휴식 공간과 레저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건설된 23층의 도청사가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미래형 도시기능'이라는 개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갈라진 개발과 살림살이,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출범 10개월을 넘긴 충남 홍성'예산의 충남도청 내포신도시가 속속 들어서는 각종 건축물로 빠르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현재 내포신도시의 민간'공공 분야 건축물은 허가'심의'자문을 받고 있는 건물까지 모두 합쳐 60건을 넘어섰으며 공동주택들도 준공 예정일에 맞춰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
업무시설용지에는 충남보훈회관 건물 공사가 마무리됐고, 충남개발공사 건물도 골조공사에 들어가는 등 6개 건축물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개 건물은 착공을 준비 중이다.
이주자 택지 내에도 20여 건의 건축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공공기관 건물도 도교육청 등 7건이 공사를 마치고 입주하거나 이사를 준비 중이고 충남경찰청은 오는 10월 입주 계획으로 한창 공사 중이다.
15개 단지 1만8천628가구로 계획된 공동주택의 경우 롯데캐슬 아파트 1개 단지가 가장 먼저 완공돼 입주를 마쳤고, 웅진 스타클래스'효성 해링턴플레이스'LH 공공 아파트 등이 2014년과 2015년 입주를 목표로 건립되고 있다.
내포 신도시를 관통하는 도청대로(홍성~덕산), 충남대로(신도시~예산IC) 등 신도시 주 진입도로들도 마무리 공사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개발이 홍성군 쪽에 집중돼 있다. 상대적으로 예산군 쪽은 개발 소외지역이다. 충남개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눠서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개발이 한쪽으로 치우쳐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청사와 의회, 교육청, 경찰청 등 주요 공공기관들이 행정통합이 되지 않으면서 두 집 살림살이로 쪼개져 있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충남도 본청사가 홍성군과 예산군 반반으로 갈라져 들어서 있고, 의회와 경찰청은 예산에, 도청사 별관과 교육청은 홍성에 자리해 있다. 이같이 개발과 살림살이가 갈라지면서 신도시의 기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 홍성군의 혜전대학교 김진욱(충남도 정책자문위원) 교수는 "행정업무가 2개 지역으로 갈라지면서 홍성과 예산 두 지자체가 도청 유치 시너지 효과보다는 부담만 떠안고 있는 꼴"이라 지적했다.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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