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노스코리아/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개마고원 펴냄
북한의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햇볕정책, 오늘날 북한이 처한 딜레마, 그에 엮인 남한 좌'우파의 맹점을 진단'처방하는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가 놓치고 있는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의 취약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이 어떤 착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 안드레이 란코프는 국민대 교수다. 구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레닌그라드 국립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였고 1980년대 중반에는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백악관에 초대되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북 정책에 대해 논의한 민간 전문가 다섯 명 중 한 사람이다.
안드레이 란코프는 자칭 '우파 햇볕론자'다. 그의 장점은 '현실주의'다. 그리고 '좌-우' 상호간 편견 깨기와 소통에 기여할 바가 많다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저자는 애초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식의 개혁을 했다면 공산권이 붕괴될 때 함께 무너져내렸을 것이라 단언한다. 아무리 성공적인 개혁이라도 세계사에 남을 경제적 성취를 거둔 '풍요로운 남한'의 존재가 그 빛을 가려버려 북한 주민의 불만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북한이 고립을 선택함으로써 치른 경제적 몰락이 오히려 체제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자본주의 감염'을 불러왔다고 본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의 개혁은 어렵다는 견해를 견지해 온 저자는 '김정은 시대는 다르다'고 한다. 김정은에 대한 의전의 변화를 가십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본인을 포함한 권력 핵심이 선대보다 40년 이상 젊은 세대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김정은이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의 통치를 꿈꾸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앞서 시작된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남한의 진보 정권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구했지만 이러한 위로부터의 개혁은 애초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본다. 물론 10년에 걸친 햇볕정책의 공로를 인정한다. 특히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간 교류를 실로 놀랄 만큼 증대시키는 관문을 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진보 진영의 기대와는 달리 대북지원은 북한을 개혁하기보다 체제유지의 용도로 쓰였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그렇다면 '상호주의'나 '군사'경제적 제재' 같은 보수의 해법이 답일까? 저자는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 전략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가져온 결과들을 살피며 고개 젓는다. 경제 제재는 정부정책에 영향력이 전무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지언정 권력층에게 큰 압박을 주진 못한다. 저자는 보수파의 강경책들이 북한에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한 대신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겼다고 본다.
저자는 김정은의 개혁 여부나 성패에 관계없이 김씨 왕조의 몰락을 필연으로 여기며 이에 대한 대비를 주문한다. 그러나 저자는 북한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적어도 김정은이 장년에 이를 때까지는 존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한국정부에 허락된 유일한 선택지를 햇볕정책이라고 본다. 진보진영 햇볕정책과의 차이점은 북한 주민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협력과 민간교류야말로 북한 민중에게 양극단의 선택 말고도 더 나은 대안이 있음을 알리는 수단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핵심으로 개성공단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일찍이 개성공단을 "통일이 시작된 곳"이라 표현한 바 있는 저자는 공단이 가진 여러 장점들 가운데 정보파급력을 첫손에 꼽는데, 그에 따르면 소련과 중국의 개혁개방에 고삐를 당긴 것도 다름 아닌 외부세계와의 교류였다.
저자는 신실한 햇볕론자이지만 역설적으로 보수정권이 햇볕정책을 성공시키는 데 더 유리한 여건을 가졌다고 본다. 박근혜정부가 마땅히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367쪽, 1만8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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