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민영화·대형화는 세계적 추세…석달 안에 선진화 계획 내놓겠다\
"100일 안에 한국거래소 선진화 계획을 내놓고 세계 10위권의 거래소로 성장시키겠다."
2일 취임한 최경수(63)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야심찬 계획이다.
최 이사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안착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전임 이사장이 지난 6월 13일 전격 사퇴하자 최 이사장은 일찌감치 공모에 참여,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금융 관련 공기업 CEO로 대거 진출하면서 '관치금융'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돌연 공모절차를 중단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거래소 이사장후보를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흘러 다녔다. 거래소 노조는 공개적으로 최 이사장 임명을 반대했다. 재정부 관료 출신인 데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는 재정부 관료 출신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공직을 떠난 지 8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계명대와 중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4년여간 현대증권 사장으로 일하면서 '금융시장'의 현장 경험까지 갖췄다고 말한다. 관료 경험과 시장의 경험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한국거래소 선진화 계획'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은 그같은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이었다.
그는 또한 한국거래소의 조속한 민영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거래소가 해외의 선진 거래소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수익을 내고 해외 거래소에 지분을 투자하고 인수하기 위해서는 민영화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됨에 따라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허용되는 등 거래소의 독점사업구조가 해소됐다. 공공기관 지정해제의 명분은 마련됐다.
1975년 김천세무서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그만둘 때까지 '세제전문가'로 살아왔지만 대구 출신이라는 점이 그의 공직생활의 발목을 잡은 적도 있다. 또 현대증권 사장을 그만두고 2012년 초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는 등 승승장구하는 인생만 살아온 것은 아닌 셈이다.
최 이사장은 소박하고 소탈한 스타일이다. 누구와도 격의없이 어울리는 친화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일에 있어서는 치밀하고 꼼꼼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깐깐한 관료에서 실적을 중시하는 증권사 CEO로 성공한 데 이어 우리나라 자본시장 관리자인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이어지는 최 이사장의 변신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열매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최경수호'한국거래소가 출범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
"고맙다. 오랜 공직생활을 한 데다 자본시장(현대증권 사장)에서도 일을 하는 등 양쪽에서 경험을 한 것이 이사장 후보로 선출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관치금융'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직을 그만두고 대학교수와 우리은행 등의 사외이사, 증권사 사장 등 민간에서 8년이 지났다. '반관반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당면과제는
"내년에 금 거래시장이 개설되는 등 새로운 사업이 굉장히 많이 생긴다. 석유제품의 전자상거래시장은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는데 휘발유의 경우 우리 거래소에서 10%만 거래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이 개정됨에 따라 '중앙청산소'도 설치된다. 중앙청산소는 장외파생상품의 청산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도 만들어진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직원들의 업무량이 굉장히 늘어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증권거래 범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업무도 크게 늘어난다. 인력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경력사원 14명과 신입사원 30명을 뽑는다. 당장은 업무영역을 조정하는 인력 재배치를 통해 충당할 생각이다.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향후 업무와 조직확대에 따른 인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거래소 민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민영화는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해줘야 한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으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없다. 또한 국내만으로는 업무다각화의 한계가 있다. 해외사업을 하려면 상호지분출자도 하고 해외거래소 인수합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으로는 그런 업무가 굉장히 어렵다. 해외투자에 제약이 많다.
또한 자본시장법이 지난 8월 29일부터 발효되면서 경쟁체제가 가능하게 됐다.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도 출범했다. 거래소 이외의 회사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전 세계의 거래소 추세는 민영화다. 한국거래소가 발전하고 세계적인 선진거래소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민영화는 필요하다. 10월부터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이사장 취임을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노조도 우리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를 투명하게 하고 회사의 경영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하는 등 감시기능을 잘하고 있다. 그래서 노조 쪽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가도록 하겠다. 겸허하게 노조가 건의한 사안 중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며 회사경영을 함께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해나가겠다."
-경제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거래소도 영향을 받고 있다
"거래가 부진하면서 자연적으로 거래소 수익도 좋지 않다. 그래서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 정보사업이라든가 상장 활성화라든가 중앙청산소 업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벌이겠다.
취임사를 통해 밝힌 것처럼 과감하게 민간의 마케팅이나 영업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것이 선진거래소의 운영방식이다. 선진국 거래소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 여러 기업합병(M&A), 지분투자를 하고 있다. .
비철금속이나 농수산물 등 상품을 거래하는 방안도 도입할 생각이다.
-한국거래소 선진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직원들과 외부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취임 100일 안에 '한국거래소 선진화 계획'을 만들겠다. 그것을 통해 한국거래소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우리 거래소의 시가총액이 세계 15위권인데 10위권 내에 진입시키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수가 1천800개 정도 된다. 자본시장이 활성화하려면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기업자금 조달이 쉬워져야 한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은행에서 빌릴 수도 있고 상장기업의 경우 증자를 통할 수도 있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비상장사는 거래소 상장을 통해, 상장사는 증자를 통해 할 수 있다. 그동안 상장에 규제가 많았지만 규제를 풀겠다.
거래소는 민영화와 더불어 대형화가 대세다. 우리도 대형화로 가야 한다. 대형화하려면 해외 지분도 투자해야 하고 작은 거래소들을 합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거래소의 해외사업 순서는 자본시장의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우선 수출하고 그 다음 지분투자를 통해 국제화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론에 맞는 한국거래소 비전은
"중소벤처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적절하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7월 코넥스가 개장해 24개 기업이 상장됐다. 아직은 초창기라서 미흡하지만 창업한 지 3, 4년 된 중소벤처기업들이 코넥스를 통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간접펀드를 만드는 등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에는 이 중소벤처기업들 중에서 어느 정도 성숙된 기업은 코스닥 시장에 진입시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
특기 대구 같은 지방에서는 이런 정보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망 중소기업들이 그동안 상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상장지원센터'를 만들어놓았다. 대구에도 거래소 사무소가 개설돼 있다. 기업들이 굳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지 말고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거래소의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 물론 부실기업이 상장되는 일이 없도로 상장 후 투자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한다."
-실제 주식투자는 하고 있는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직접 투자를 할 수 없다. 증권사 CEO도 마찬가지다.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액수는 얼마되지 않는다."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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