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창조가 미래 창조다] <12>지방대학의 '작은 변화'가 지역의 '큰 발전'

입력 2013-10-04 07:51:16

올해 신설된 건양대 창의융합대학에서 학생들이 교수들과 토론식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양대 제공
올해 신설된 건양대 창의융합대학에서 학생들이 교수들과 토론식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양대 제공
전주비전대 홍순직 총장이 방과 후 취업준비반을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전주비전대 제공
전주비전대 홍순직 총장이 방과 후 취업준비반을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전주비전대 제공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 인재 유출과 지방대 위상 약화라는 악순환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학령인구와 대학 진학률은 급감하고,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학생 충원, 취업의 어려움에 처한 지방대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더욱 불리한 입장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평가를 맞고 있다.

지방대의 생존은 곧 지방의 생존이다. 대학의 수가 많은 대구경북에 이 말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지방대학의 위기와 그 해법에 대해 3회에 걸쳐 싣는다. 그 첫회로 전북 전주의 전주비전대와 충남 논산의 건양대의 도약 사례를 살펴본다.

◆3년간 취업률 급상승, 전주비전대학교

전주비전대는 2013년 교육부 취업통계 발표에서 전국 147개 전문대학 중 상위 7위(80.1%)를 차지했다. 졸업생 1천~2천 명인 나 그룹에선 2위에 올랐다. 유아교육과, 디지털전자정보과 등 전주비전대 전체 26개 학과 중 23개 학과가 취업률 상위 10위 권에 들었다. 전북지역의 열악한 산업구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새 이 대학의 취업률은 매년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그 비약적인 성장의 비결을 배우기 위해 전국 각 대학에서 방문단이 이어지고 있다.

1976년 개교한 전주비전대는 그러나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었다. 대학 환경이 악화되면서 입학생 수가 갈수록 줄었기 때문. 이 대학은 2006년 변화를 기대하며 현재의 교명으로 바꿨지만, 건강보험 기준 취업률 통계가 첫 발표된 2010년, '취업률 50.2%, 전국 108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전주비전대 법인(신동아학원)은 그 해 10월 삼성 SDI 부사장 출신의 홍순직(67) 현 총장을 전격 발탁한다.

홍 총장은 '취업률'을 첫 과제로 제시했다. '대기업 준비반'과 중소기업 취업을 위한 '전략 산업 인재 양성반'을 만들었다. 이 반 학생들에게는 정규수업이 끝난 후인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취업 특별 과외를 실시했다. 총장이 직접 이 반들을 돌면서 학생들을 격려했다. 전주비전대에서는 학생들이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보러 갈 때 지도교수들이 동행하고 있다. 홍 총장도 때론 동행한다. 미용학과 학생 한 명을 서울 일류호텔 미용실에 취업시키기 위해 홍 총장이 지도교수와 서울까지 동행해 호텔 커피숍에서 직접 면접 연습을 시켰고, 그 학생이 합격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대학은 특히 학생, 학부모, 취업처에 대한 '감동 주기'를 강조한다.

한우용 취업지원처장은 "면접을 보는 학생 5명을 인솔해 저를 포함한 지도교수들이 전세버스를 함께 타고 경기도의 한 전기업체에 간 적이 있습니다. 면접이 끝날 때까지 저희 교수들도 밖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어요. 면접이 끝나고 '먼 길 온 학생들을 위해 기념사진이라도 함께 찍어달라'고 업체 인사담당자한테 부탁했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그중 4명이 붙었어요. 나중에 그 인사담당자로부터 '학교가 학생에게 이 정도 열성이면 취업시켜도 최소한 이탈은 없겠구나 생각했다'는 말을 들었죠"라고 했다. 교수들은 제자가 취업한 기업을 찾아가서 인사담당자를 만나고 제자의 부족한 부분을 묻고, 제자에게는 오랫동안 근무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눈물겨운 노력의 성과는 놀라웠다. 2010년 50.2%이던 취업률이 2011년 66.6%, 2012년 72.2%, 올해 80.1%로 비약적인 상승을 일궜다. 전주비전대는 현재 전북도 내외 456개 업체와 산학협약을 맺고 있으며, 두산인프라코어, 삼성전자, 세아베스틸과 취업 약정반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해외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인력 양성 협약도 체결했다. 한 처장은 "요즘엔 우리 대학의 취업 성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타 대학들의 방문과 특강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혁신적 교육방식, 건양대학교

건양대는 1991년 학생 400여 명으로 개교했다. 비교적 짧은 역사, 소규모에도 불구하고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2010년),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2012년), '교육역량 강화사업 6년 연속 선정'(2013년) 등 이른바 3대 국고사업을 모두 따냈다. 2013년 취업률 조사에서는 1천 명 이상 2천 명 미만 다 그룹에서 전국 3위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건양대는 논산과 대전 두 곳에 2개 캠퍼스를 특성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건양대는 1994년 의과대학을 신설했고, 2000년 건양대 병원을 논산에 개원하면서 병원과 연계한 '메디컬캠퍼스'를 개교했다. 현재 이곳에는 의과대학을 비롯해 보건의료계열 10개 학과 2천20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며 보건의료분야 메카를 이루고 있다.

올해 논산 캠퍼스에 문을 연 창의융합대학은 기업과 연계한 실용 교육과정과 창의적 교육방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을 완전히 탈피했다. 학생 5명씩 조를 이뤄 토론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교수들은 이를 도와주는 역할에 그친다. 창의융합대학은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 달이 1학기'(1년 10학기)인 집중교육 시스템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정형화된 학사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8월과 2월을 제외한 각 달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매 학기는 2개의 집중교육 모듈(교과목)로 구성되는데, 모듈이 시작되기 전 교수들은 리허설을 통해 수업을 준비한다. 김두연 미래전략처장은 "창의융합대학에 올해 첫 35명을 선발했는데 지원율이 높아 내년에는 110명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건양대는 2011년부터 전국 최초로 '동기 유발 학기'도 시행하고 있다. 전 신입생들은 3월 한 달 동안 진로 특강과 기업체 방문을 하며 전공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진로 목표도 설정한다. 2004년에는 전국 최초로 학생 취업 지원을 위한 전용 건물을 개관하기도 했다.

건양대 발전 배경에도 총장의 리더십이 있다. 설립자이자 2001년부터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희수(85) 총장이다.

김 총장은 "대학의 역할은 학생을 졸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취업, 즉 미래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며 '무한책임주의'와 '학생중심대학'을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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