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 교류 넓히는 농산물 꾸러기] '농산물 꾸러미'란?

입력 2013-10-03 11:53:59

생산자와 직거래, 친환경 과일'채소 집으로 척척

'꾸러미' 사업은 청정 시골에서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가 제철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을 모아 꾸러미 형태로 만들어 중간 상인 없이 도시 회원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해주는 직거래 사업 방식이다. 전국적으로 작목반, 농민회 등의 생산자 조직과 사회적기업,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에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농부들은 농산물 판매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도시 소비자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 없이 친환경 농산물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선물상자'다.

◆딩동! 꾸러미 왔습니다!

대구 수성구 상동 김진아 씨 집. 매주 수요일엔 '선물상자'가 도착한다. 1년 전부터 포항 참느리 로컬푸드(대표 손대만)가 농산물 꾸러미를 배달해주고 있는 것. 김 씨는 "매주 도착하는 꾸러미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할 만큼 공기 좋고 청정한 곳에서 농사지은 먹거리라서 온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시댁 동네에서 생산한 채소와 과일 등 청정 먹거리라서 더욱 애착이 간다는 것.

김 씨 가족은 "수요일만 되면 이번 주엔 어떤 먹거리가 들어 있을까 늘 기대하게 된다"고 말한다.

사업으로 늘 바쁜 김 씨 대신 가사를 돌봐주는 친정어머니 김혜미자(73) 씨는 "상자를 여는 순간 싱싱한 채소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이나 마트까지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매주 색다른 먹을거리를 집까지 배달해주니 정말 세상 좋아졌다"고 말한다. 꾸러미에 호기심이 많은 막내아들 재욱(10'초교 3) 군은 "꾸러미 오는 날은 마치 선물 바구니를 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며 "지난 추석에는 제가 좋아하는 사과와 포도가 가득 담겨 있어서 정말 맛있었는데 오늘은 토마토가 왔어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번에 도착한 꾸러미에는 도정한 옥수수, 말린 취나물과 표고버섯, 큼직한 가을 무 한 개, 적채, 수미감자, 꼬마 피망, 토마토, 간장 장아찌 등 12가지가 들어 있다. 콩나물과 강황달걀, 손두부 등은 늘 빠지지 않는 대표 먹거리다. 꾸러미 속에는 손대만 대표가 쓴 편지가 들어있다. '도정한 옥수수는 적어도 3시간 전에 물에 불려 두었다가 밥에 넣어 먹으면 밥맛이 꿀맛이 될 것이다' '가을 무는 생채 무침으로 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두부는 노당 할매가 손 반 기계 반으로 만들었고, 콩나물은 재래식으로 키웠다'는 등 구구절절 정감이 뚝뚝 묻어나는 내용이다. 김진아 씨는 "일 때문에 저녁 늦게 귀가하게 돼 장 보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는데 꾸러미 회원이 된 후 반찬 걱정은 사라졌다"며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반찬거리 몇 가지만 담아도 금방 몇만원이 훌쩍 넘어요. 그런데 일주일에 2만5천원이면 이렇게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집에 앉아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말한다.

 

◆안심 먹거리

우리의 식탁에 먹거리에 대한 불신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산으로 둔갑한 수입 농산물, 유전자 변이 농산물, 농약으로 뒤범벅된 과일과 채소….

이러한 먹거리 불안감을 시골의 농부들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청정한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똑똑하고 알뜰한 도시 소비자에게 '안심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촌에서 보내주는 꾸러미는 한결같이 농부들이 정성스레 재배한 만큼 먹거리마다 사연이 담겨 있다. 농촌 출신 주부들은 시골의 어머니 손길이란 생각에 꾸러미에 담긴 채소들이 여간 정겨운 것이 아니다. 가물 때, 폭우 때 농부의 근심도 엿보게 되고 먹거리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절로 생긴다. 농산물 꾸러미를 이용하는 도시 회원들은 한결같이 "처음엔 좀 비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동안 우리 가족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다 냉장고에 방치돼 버려지는 식재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져 오히려 경제적이다"고 말한다.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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