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대구 북구 산격4동)
올해 일흔이 되신 아버지가 지난주에 전립선암 수술을 받으셨다. 노환인 탓에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시고 방에 누워서 계신다. 몸이 불편하시지만 내가 곁에 있다가 그만 가보겠다고 말씀을 드리면 작고 여린 목소리로 "가. 어여 가서 일봐"라고 손짓을 하신다. 다 큰 아들을 걱정하시는 일흔 넘은 아버지의 마음을 나는 아직 다 헤아리지 못한다.
사랑은 꼭 거대하고 화려한 데 있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정작 그런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가진 게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사랑을 더 잘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사랑의 전도사가 될 수 있다.
문득 군 복무를 할 때 대구에서 논산으로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생각난다. 그날 차가 논산에 막 도착했을 무렵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저씨는 "군인 양반, 잘 잤소?"하고 웃으셨다. 잠에 떨어진 탓에 나를 위해 2시간도 넘게 내 얼굴에 쏟아지는 따가운 햇볕을 커튼으로 가려준 줄 알지 못했다.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내렸는데, 부대에 복귀해서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졌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에 내리쬐는 햇살을 커튼으로 계속 가려주는 정성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뼈만 남은 앙상한 몸에 정신이 흐려지셔서 말 한마디도 하실 기력이 없으시지만 언제나 아들 걱정이 먼저인 내 아버지의 조건 없는 사랑을 나는 아직 흉내도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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