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5주년 개천절…초교생들에게 물었더니

입력 2013-10-03 10:51:23

"단군? 그게 누구예요? 우리학교 지켜주는 분?"

대구시내 초등학교 11곳에 세워져 있는 통일기원국조단군상. 한문화운동연합 제공
대구시내 초등학교 11곳에 세워져 있는 통일기원국조단군상. 한문화운동연합 제공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초등학교에는 단군상이 놓여 있었다. 단군상은 겉보기에는 관리가 잘 돼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왼쪽 발 부분과 등 부위에 작은 낙서들이 있었다. 하교하던 학생들 중 단군상 앞을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단군상을 가리키며 누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상인지 물어봤다. 학생들 중 한 명이 "학교를 지켜주시는 분의 동상"이라고 대답했다. 이 학생은 "동상에 걸터앉아 놀고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학교를 지켜주시는 분의 동상에 왜 걸터앉아 있느냐'며 꾸중을 하셔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3일 4345주년 개천절을 맞았지만 개천절의 의미와 단군이 누구인지 모르는 초등학생들이 많다. 단군상이 학교 안에 있지만 누구의 상인지, 단군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초등학생이 부지기수다. 개천절의 의미도 모르는 학생들이 흔하다.

'통일기원국조단군상'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단군상은 1997,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문화운동연합에서 세워 준 것이다.

대구시교육청과 한문화운동연합에 따르면 대구시내에 단군상이 세워져 있는 초등학교는 11곳이며, 중'고등학교는 세워진 곳이 없다.

같은 날 찾아간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초등학교에도 단군상이 있었다.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에게 단군상에 대해 물어봤다. 학생들은 "매일 지나가면서 보기는 하는데 누구를 나타내는 동상인지는 모르겠다"며 "학교에서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단군상이라고 알려준 뒤 단군에 대해 아는지 물어봤다. 학생들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 학생은 "한글을 만드신 분 아닌가?"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개천절의 의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대답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개천절은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개천절이 무슨 날인지 물어봤더니 맨 처음 나온 답변이 "모른다"였다. 이후 "휴일, 국경일"이라는 답변이 나왔고, "단군이 태어나신 날" "나라 세운 사람을 기리는 날"과 같은 비슷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답변들이 나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개천절에 대해 듣기는 들었는데 어떤 날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군과 개천절의 의미가 퇴색돼 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문화운동연합 관계자는 "학교의 부실한 역사교육과 국경일을 '노는 날'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개천절의 의미가 희석돼 가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며 "반만년 민족의 역사 기원이 되는 단군의 의미를 되새기는 개천절이 될 수 있도록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역사에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 각 계층이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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