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올림픽 3관왕 김지은 씨
지난달 30일 제3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 대구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채화돼 대구 8개 구'군 33개 구간 총 82.4㎞를 돈 성화가 대구스타디움에 도착하자 관중의 환호가 터졌다.
관중은 세 번째 주자로 예정돼 순서를 기다리는 전 삼성 라이온즈 야구선수 양준혁과 2013 소피아농아인올림픽 볼링 3관왕 김지은을 주목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인기 야구선수와 대구를 대표하는 청각장애인 볼링선수의 조합은 장애'비장애인의 화합을 의미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내 성화가 이들에게 건네졌다. 그런데 둘은 함께 손을 맞잡고 뛰는 게 아니라 휠체어에 앉은 김지은을 양준혁이 뒤에서 밀며 트랙을 돌았다.
순간, 관중석엔 술렁임이 일었다. 관중은 주최 측이 장애인체전임을 극대화하려 들을 수 없다는 것을 빼고는 신체 건강한 그녀를 억지로 휠체어에 앉힌 것 아니냐며 불쾌해했다. "연출이다" "쇼다"는 말이 일부 관중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오해였다. 김지은이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찌감치 성화 주자로 내정된 그는 개막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대구노보텔에서 가진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오후 3시쯤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맹장이 터진 사실을 알게 됐고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주최 측은 그를 대신할 주자를 찾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개회식 주자로 나설 때 입을 옷과 신발 등의 치수가 정해져 비슷한 체형의 대타자를 찾아 나서야 했고 결국 소피아 농아인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낸 같은 청각장애인 볼링선수 이선정이 선정됐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김지은은 다음날인 29일 이 소식을 듣고는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평생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미 성화 주자로 내정됐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내세우면 약속을 어기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의 부탁에 주최 측은 무리만 하지 않으면 잠깐은 괜찮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원래대로 그에게 성화 전달 임무를 맡겼다.
그는 개막 하루 전인 29일 리허설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개회식 때 휠체어에 앉아 아픔을 이겨내고 많은 관중 앞에서 성화를 들어 보이며 장애인체전의 불을 밝혔다.
볼링 개인전과 2인조에 출전해 2관왕을 노렸던 그녀는 비록 1일 열린 개인전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2일부터 시작되는 2인조는 출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수술한 다음 날 경기에 쓸 볼 검사를 받아놓은 그는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대구에 출전 점수라도 안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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