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공사강행 충돌
공사장 먼지와 소음, 교통정체 등 난개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 수성구 두봉마을(본지 9월 23일 자 4면 보도)에서 S건설업체 측이 공사를 강행하면서 주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1일 오전 7시 30분쯤 굴착기를 실은 4.5t 화물차량이 두봉마을로 들어왔다. 뒤이어 승용차 2, 3대도 따라왔고 20, 30대 남성 등 10여 명이 내렸다. 60, 70대 마을 노인 3, 4명이 화물차량 앞을 가로막았다. 화물차량이 공사 예정 부지 쪽으로 가려 하자 노인들은 "죽기 전에는 못 지나간다"며 저지했다. S업체 측은 화물차량을 길가에 주차했고, 모여든 주민 10여 명은 계속해서 S업체 직원들에게 "마을 곳곳에서 여러 공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소음과 통행불편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 공사를 시작하면 주민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업체 한 직원이 휴대전화를 꺼내 주민들의 시위 모습을 촬영하자 주민 3~5명이 다가가 거세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오전 10시 40분쯤 화물차량이 물러가면서 S업체와 주민들의 대치는 마무리됐다.
S업체는 4월 2일 건축허가를 신청한 뒤 6월 13일과 7월 10일 수성구청의 민원배심제를 통해 8월 12일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 2개 동(각각 8가구)을 지으려는 S업체는 지난달 1일 오전 중장비를 싣고 와 공사를 시도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S업체 측은 구청의 허가 조건에 '9월 이후 착공'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공사를 시작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업체 관계자는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차례 주민들을 만나며 요구 사항을 들었고 마을발전기금과 마을도로 포장 등 합의안을 제시했다"며 "주민들의 요구 사항이 통일되지 않아 협의가 무산됐다"고 했다.
이에 두봉마을 주민들은 "구청의 조건부 허가 내용에 '현재 공사 중인 다세대주택이 완공되는 9월 이후'라고 밝히고 있다"며 "아직 다른 곳의 공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S업체는 착공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마을의 주민대책위는 "건설업체의 영리 행위로 인해 소음과 먼지, 교통 혼잡 등 주민들 삶의 공간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할 행정기관인 수성구청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수근 주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건설업체와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는데도 조건부 허가를 내준 수성구청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다"며 "구청은 주민들의 요구를 귀담아들어 중재하거나 건설업체를 설득해 착공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S업체 측은 "주민 70% 가까이 공사에 동의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부 주민들이 막아선다면 공사방해로 고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주민과의 또 다른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건축허가를 내준 수성구청은 민원배심회의를 통해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허가를 내주었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는 상태에서 섣불리 개입하기 힘든 입장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락공간을 없애고 착공을 늦추는 등 조정안에 대해 건축주가 동의했기에 허가가 났다"며 "법에 따라 허가가 난 상황에서 업체 측에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을 할 근거는 없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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