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의 길 충남서 실행…세계적 생각이 지역 발전 이끌어"
안희정(48) 충남도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로 불리는 대표적인 386 친노 정치인이다.
안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재선을 노리고 있다.
"연임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단체장이라면 연임에 도전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한 번 하고 '나 이제 그만하겠다'고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니다. 적어도 연임 정도의 기간 동안 계획을 갖고 도민들에게 도지사로서 일을 맡아보겠습니다라고 해야 사업이나 계획을 추진할 수 있지 않은가. 4년 동안 단임 한 번 하고 그만하겠다면 도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남)도민들도 대체로 그렇게 기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강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가신그룹에서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더불어 당당한 위상을 자랑했지만 그는 참여정부 당시에는 아무런 공직을 맡지 못했다. 오히려 그 시기에는 노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이후에는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는 등 정치적으로 불운했다.
대부분의 강성 친노인사들과 달리 비교적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된 후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군에 진입할 정도로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후 친노는 '친(親)문재인'과 '친안희정'으로 분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친노'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역사를 이어가는 사람"이라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충남도지사를 통해 대권수업에 나서고 있다.
"코끼리 세포나 다람쥐 세포나 다르지 않다. 국정운영이 지방정부 운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저는 우리 충남도 공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민원 제기하듯 하지 마라.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책임 있게 같이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정책을 제시하려 해야지 중앙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지방정부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 이런 것은 예전부터 일해 온 제 스타일이다. 노 전 대통령 때 아무 일도 맡지 못했지만 책임감 있게 일을 하다 보니까 대선자금을 책임을 지고 감옥을 가버렸던 것 아닌가. 우리 도청 직원들에게 늘 당부하는 것인데, 어떤 경우에도 나에게는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핑계 대지 말자. 그렇게 한다면 늘 자신을 누군가의 피고용인으로, 직원으로 만들게 된다. 사장처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생각하되 지역에서 실천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세계시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발전모델 전망을 갖고 실천은 지역에서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저는 충남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차기 대선에서 도전하거나 혹은 야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서고 친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일에 앞서 관건은 내년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
오는 10월 안 지사는 충남지사로서의 3년을 정리하고 앞으로 충남도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유권자들에게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책을 출간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안 지사의 대권 프로젝트 시동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미 충남을 통해 대한민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등병으로 살더라도 사령관으로 처신해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이나 도지사는) 똑같다. 차기 대통령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고민을 더 한다 이런 것은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최선이냐, 나에게 최선이냐, 더 나아가 21세기 인류사회에 최선이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계사적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저의 관점은 그렇다. 국가적, 세계적 관점이라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도 국가 구성원으로서, 세계시민으로서 고민하고 실천은 자신의 지역에서 하는 것이다. 저의 고민과 생각을 다음 대선과 굳이 연동시킬 필요는 없다."
지난 추석연휴 직전 충남 홍성에 자리 잡은 충남도청 신청사에서 만난 안 지사는 시종일관 이처럼 당당한 자세를 보였다.
-중앙정치 무대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가.
"충남 도정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다뤄야 할 중요한 주제는 다 다루고 있다. 농업문제는 FTA문제인데 농업과 농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 체결해도 곧바로 난관에 봉착한다.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전략적 문제들도 마찬가지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20세기까지의 개발과 성장위주 발전전략에서 21세기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으로서 국가정책과 시장과 사회변화로 방향을 선회시키는 것도 해양중심지역의 산업단지 정책, 각종 지역발전사업들 속에서 추진해봐야 한다.
그리고 시장민주주의에서 '갑을'문제도 주권자가 손님이 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자신들이 낸 세금과 재정을 정치인들이 시혜적으로 베푼다고 하는 이런 나라 살림 구조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풀려면 지방자치를 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충남형 동네 자치모델' 개발과 주민자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 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변방이 창조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안 지사는 도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게들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아마도 그것은 제가 앞선 선배(도백)들보다 신세대라서 그럴 것이다.(웃음) 변화하는 현시대에 제 스타일이 조금 더 젊은 세대로서 친화력이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보인다. 선배들도 다 훌륭하시지만 그분들 연배에서 볼 수 있는 도지사로서의 언행과 문화적 접근법이 있다면 제 나이 또래가 갖고 있는 언행과 문화적 접근법이 조금 더 자유스럽지 않겠는가. 그런 것들이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3년이 지났는데 많은 도민들로부터 도정에 대한 지지와 사랑이 확인될 때는 기뻤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는 다르다.
"정치인으로서 내가 집권하든 지지를 획득해서 지방정부든 국가든 정부를 운영하는 일이 엄청나게 다른 세상을 만들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는데 어깨에 힘을 빼라고 난리다. 그래야 '스윙'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확실히 어깨에 힘을 빼니까 목도 아프지 않고 훨씬 더 셔틀콕이 멀리 빠르게 날아간다.
정권 교체에 대한 지나친 과잉의욕들이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도지사가 된 후에야 김대중, 노무현정부 때 어깨 너머로 배운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있다.
제가 참여정부에서 배운 경험은 여에서 야로, 혹은 야에서 여로 가도 국가운영의 기조는 큰 흐름대로 가는 것이었다. 정치적 주장으로 국가와 지역사회가 한꺼번에 다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것을 많이 느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크다. 지도자 한 사람이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도자 한 사람이 조직과 역사와 국가에는 큰 역할을 한다. 지도자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상식과 가치다."
-참여정부의 국정 철학이 충남도에서 이어진다고 봐도 되는가.
"그렇다. 민주주의와 진보진영의 정치인으로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가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업의 자율과 자유를 존중하면서 시장의 정의로운 질서와 공정성을 확보해주는 일, 이런 흐름들이다. 또한 산업간의 불균형을 없애고 지역 간 불균등 발전을 해소하고 계층 간의 불균등성을 해소하는 일도 그런 것이다.
어찌 됐든 처음에 '우려 반 기대 반'했던 도민들로부터 우려는 싹 없어지고 기대로 마음을 모으게 돼서 그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안 지사ㄴ느 충남형 지방자치 모델로 정착시킨 것이 있는가.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도정의 큰 흐름으로 여긴 정부혁신, 21세기 정부와 공무원은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충남 도정과 공무원을 통해서 인사제도, 공무원에 대한 교육훈련방법 평가시스템, 정부혁신과 방법, 그리고 오픈 거버먼트 정보공개행정을 등을 통해 행정실험을 하고 있다.
충남도의 훈련 결과들은 새 정부 들어 '정부 3.0'의 지방시범정부 발표를 우리가 하기에 이르렀다. 21세기 정부혁신의 길을 충남도가 걷고 있다.
도청 이전하고 나서 충남은 서해안시대의 비전을 선포하겠다고 제안했다. 농업국가시대의 충남, 산업국가 시절의 충남을 넘어 해양시대 충남의 비전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다.
농업국가시대에는 땅을 늘리려고 방조제로 메웠다. 그다음에는 산업단지를 만들었는데 이 구조로는 21세기 서해안시대 충남의 비전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지방정부의 고민과 관점을 중앙정부와 여론에 제안, 일리가 있다는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중앙부처도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금 참여정부 때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왜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 지도자들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 대책을 세웠는지 국가지도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은 노 전 대통령의 작품이 아니다. 가장 강력하고 단순무식했던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그린벨트 전략이었다.
도시의 삶이 편익을 주기도 하지만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도시에 살려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도시의 집적화된 효과에서 발생하는 모든 편익을 보장해주면서 그로 인한 높은 비용부담은 정부가 다 해준다면 누가 시골과 지방에서 살려고 하겠느냐.
수도권 과밀화 정책은 규제완화라는 여론에 밀려 과밀화 대책 자체가 구멍이 숭숭 뚫린 모기장처럼 돼 버렸다.
수도권 과밀화로 생겨난 국가와 국토이용의 비효율성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20세기 균형발전정책이 수도권 규제정책이었다면 이제 21세기에는 시장 친화적으로 가는 게 좋겠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비용과 가격비용을 제시해줘야 한다. 지방과 수도권의 뺏고 뺏기는 그런 관계로 싸움을 붙여서는 안 된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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