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판업체 진출설 포항 '술렁'

입력 2013-09-24 11:05:13

포항시 영일만 유치 추진에 포스코 등 "과당경쟁 우려"

중국 판화집단유한공사(이하 판화그룹) 관계자들이 지난여름 포항시를 방문한 이후 판화그룹의 포항진출 여부를 두고 포스코강판 등 동종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7월 판화그룹 회장은 여름휴가 차 포항을 방문, 영일만항 외국인전용단지를 둘러보고 포항시에 사업타당성 여부를 타진했다. 또 포스코강판을 방문, 수익성 여부도 꼼꼼히 따지고 돌아갔다.

판화그룹이 외국인전용단지를 찾아 둘러본 땅은 5만㎡ 부지로 이곳에 2억달러를 투자해 가전제품에 쓰이는 컬러강판과 아연도금 강판을 생산, 유럽에 수출할 전초기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판화그룹은 유럽-중국 간 무역협정이 없어, 덤핑을 피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유럽과 다양한 협정을 맺고 있는 한국 시장을 노린 것. 여기에다 외국인전용단지를 무상으로 50년 쓰고 세제혜택 등을 받으면 원가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어 시장 잠식이 보다 쉽다는 점도 포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봤다.

하지만 컬러강판 등을 만드는 소재를 한국(포스코)에서 구하기 어렵고, 중국에서 가져올 경우 물류비가 많이 들어 공장건설을 잠시 보류하고 있다.

포항시는 고용창출과 경기활성화 등을 이유로 판화그룹의 진출을 희망했고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포스코강판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타격을 이유로 내심 반대했다.

포항지역 철강업계는 판화그룹이 중국 내 강관업계 1위로 컬러강판을 만들어 유럽에 수출하는 만큼 시장경쟁력이 강한데다 현재 시장에서의 컬러강판 판매 가격이 한계원가 수준이어서 더 이상의 가격경쟁은 업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판화그룹이 포항 진출을 잠시 보류하고 있지만 만약 추진할 경우 국내 컬러강판 시장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포항시가 국내철강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국인 기업유치에 따른 실적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외국인전용단지에 기업유치는 당연한 일이다. 판화그룹은 주요 수요처가 유럽인 만큼 국내철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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