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탄 건물·곳곳 핏자국…고요하던 동네 폐허로

입력 2013-09-24 10:30:07

폭발 충격에 도로 휘고 철판 조각·유리 파편 등 주택가 덮쳐 아수라장

23일 오후 11시 45분쯤 대구 남구 대명6동 주민센터 인근 2층 상가건물 1층 가게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주변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3일 오후 11시 45분쯤 대구 남구 대명6동 주민센터 인근 2층 상가건물 1층 가게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주변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폭발 사고가 일어난 대구 남구 대명6동 주민센터 인근 2층 건물 일대는 아비규환 자체였다. 사고가 일어난 지 3시간 뒤인 24일 새벽 3시까지도 가스 냄새와 페인트 냄새가 뒤섞인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폭발이 일어난 2층 건물은 새까맣게 그을린 채 앙상한 뼈대만 남아있었다. 건물 내부는 융단폭격이라도 맞은 듯 천장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있었고 안에 있던 가구는 모두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건물 앞 도로는 엿가락처럼 휘고 찢어진 철판 조각과 깨진 유리 파편, 쓰러진 나무 기둥, 핏자국 등으로 뒤범벅이었다.

폭발이 일어난 건물 옆 주택가 상황도 처참했다. 건물 담벼락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까맣게 타버린 가재도구, 나무, 조각난 벽돌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뒷집 2층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 나면서 내부가 훤하게 보였다. 방에는 구부러진 유리창틀이 고꾸라져 있었고 군데군데 핏자국이 보였다. 벽에 걸린 거울에는 날카로운 유리조각 몇 개만이 간신히 걸쳐 있었다.

왕복 4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폭발의 파괴력은 강했다. 맞은편 상가 건물 역시 폭발의 직격탄을 맞은 듯 앞쪽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었다. 폭발이 일어난 시각 상점 안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던 김한수(60) 씨는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건물 전체가 흔들렸고 앞쪽 유리창 전체가 나를 향해 쏠려왔다. 바로 앞 건물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더니 피범벅이 된 얼굴을 한 남성이 달려나와 119에 신고해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미용실이 있던 건물도 유리 대문이었던 탓에 대문 앞쪽에 커다란 구멍이 났고, 위층 창문 역시 훤하게 뚫려 있었다. 폭발 당시 잠을 자고 있던 주부 김유화(43'여) 씨는 "폭발음이 몇 차례 울리더니 건물이 흔들렸다. 아이들 방으로 급하게 달려갔을 때 아이의 다리에는 유리 파편이 박혀있었고 온몸이 피범벅이었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몇 분 사이 폐허로 변해버린 동네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폭발 현장을 둘러싼 주민들은 무너져 내린 건물을 보며 불안에 떨었던 폭발 당시에 대해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기석(52) 씨는 "슈퍼 앞에서 동네 이웃들과 모여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땅이 흔들리더니 앞에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순간 전쟁이 난 줄 알고 오금이 저렸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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