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좋아진다 찬성했는데, 살 집도 없이 쫓겨나다니…"

입력 2013-09-24 09:56:24

포항 블루밸리 보상금 적어, 1천여 노인들 이사 막막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가 뭐꼬? 난 그거 들어오면 포항 좋아진다고 하는 것밖에 모르고 찬성했다 아이가. 그런데 그거 들어오면 내가 살 곳이 없다 하네, 이를 우짜노."

23일 오후 블루밸리에 포함되는 남구 동해면 공당리에서 만난 이상진(97) 할아버지는 블루밸리 이야기가 나오자 분노를 쏟아냈다. 이 할아버지처럼 블루밸리 보상금이 이주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는 440여 가구 1천여 명에 달한다. 나머지 1천여 명은 외지에서 투자했거나 원주민들의 2'3세들이어서 생존권에는 다소 비켜서 있다.

문제는 원주민들인데, 대다수가 70~80세 노인들인데다 블루밸리 보상이 표면화될 때까지 정확한 보상금액과 이주대책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8년 시세로 보상기준일만 정한 뒤 토지의 경우 지난 5월, 건물 등 지장물은 이달 초 보상금액을 발표하며 보상에 들어갔다. 원주민들은 정확한 보상금액도 모른 채 '나라에서 살길을 마련해줄 만큼의 보상을 해주겠지'하며 기다렸다가 보상이 시작되면서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보상금 발표 이후 외지인들을 중심으로 일부 토지보상은 진행됐지만, 원주민들은 턱없이 낮은 보상비로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LH의 계산대로라면, 원주민 대부분은 5천만~8천만원의 보상비(땅'건물 포함)를 받게 되는데, 땅을 사고 집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이곳 주변 땅값의 경우 주거지는 50만원, 자연녹지는 30만원, 건축비는 3.3㎡당 300만원으로 보상비로는 땅을 구매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블루밸리 내에 마련된 주거지(이주자 택지)의 경우도 3.3㎡당 55만원(추정치)은 넘을 것으로 보여 이마저도 매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주민 90%가 고향을 떠나 외지로 나가야 할 처지인데, 주민들은 "평생을 땅만 일구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우리가 왜 희생해 고향을 떠나 살아야 하느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남섭(48) 공당리 이장은 "우리가 떠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고향 근처에서 예전과 같이 살 수 있을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부분이 80세 넘은 노인들인데, 이제 와서 쫓아내면 어디 가서 무엇을 하고 살 수 있겠느냐. 갈 데 없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고 하소연했다.

박희문 LH공사 포항사업단 부장은 "주민들의 사정은 딱하지만 감정에 기준한 보상가격이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다만 LH가 포항시내에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을 최대한 활용해 이주주택이 완공될 때까지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익태 블루밸리 비상대책위원장은 "LH가 적절한 보상을 못 한다면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라도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포항시의 조례를 제정해 국비와 도비 등의 지원을 받아 원주민들의 실질적인 이주대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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