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사립 A전문대에는 본교 학생들의 취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명물이다. 대학 정문 입구의 도로 양옆은 물론이요, 교정 화단, 건물 외벽 등 캠퍼스 곳곳을 빽빽하게 도배하고 있다. 'OO과 OO군 OO 합격'이라는 현수막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취업처의 상당수가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나 강소기업들이다. 간혹 학부모 연배쯤 보이는 어른들이 자식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찾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식이 어려운 국가고시에라도 합격한 듯 의기양양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 A대학의 취업 축하 현수막이 교정을 장식하게 된 사연이 자못 찡하다. 2010년 이 대학의 취업률은 겨우 50%를 턱걸이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학의 주변 환경이 매우 척박하다. A대학이 위치한 지역은 벼농사를 주로 하는 곳으로 청년 일자리가 태부족인 곳이다. 대학에 들어올 입학생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더구나 전북은 A대와 같은 전문대가 10곳, 4년제 대학이 10곳이나 되는 곳으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학 밀집지역이다. 모든 여건들이 비관적인 상황. 하지만 2010년 그해, '낙제점짜리 취업률 성적표'가 이 대학이 본격적으로 살길을 고민하도록 만드는 강한 자극제가 됐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것인가.' A대학은 학생 취업에서 그 답을 찾았다. A대학 법인은 새 총장을 영입했고, 신임 총장을 중심으로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수와 직원들이 똘똘 뭉쳤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인 올해 80.1%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나 그룹(졸업생 1천~2천 명) 대학 중 2위, 전국 147개 전문대학 중 7위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학생 한 명을 더 취업시키기 위해 A대학이 지난 3, 4년간 기울인 노력은 필설로 다 옮기기 모자랄 정도다. 이 대학 교수의 말이다.
"한 번은 총장님이 '쌀 몇 마지기를 농사지어야 우리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는지 아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렇게 힘들여 우리 대학에 자식을 보낸 부모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가 학생 취업에 목숨을 걸어야 하지 않겠느냐. 또 그렇게 취업해 간 졸업생들이 월급의 얼마를 고향의 부모한테 보내오면 이 지역 발전도 덩달아 되지 않겠느냐'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 대목에서 얘기는 취업 축하 현수막으로 다시 돌아간다.
대학본부는 처음에는 격려 겸, 동기부여 겸 한 장의 현수막에 취업합격생 여러 명의 이름을 적어 교정에 걸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캠퍼스 환경 문제도 있고 해서 교내 전광판에 취업합격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줄줄이 띄웠다고 한다. 그랬더니 취업합격생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전광판에 자기 이름이 뜰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더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A대학은 회의를 열고 전격적으로 취업합격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적은 '1인용 현수막'을 걸기로 결정했다. 자기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 앞에 선 취업합격생과 그 부모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A대학은 요즘에도 최소한 1개월 이상 1인용 취업합격 현수막을 걸어놓는다고 한다. 이 현수막 물결이 A대학의 명물이 됐음은 물론이다.
대학 환경이 최악이라고 한다. 대학에 입학할 고3 학령인구는 2018년부터 곤두박질친다 하고, 부실대학 평가를 앞세운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는 매섭기만 하다. 기본이 서면 길이 생긴다 했다. 대학들은 이제 부모와 같은 마음 갖기를 기본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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