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알자] 스트레스성 심근증

입력 2013-09-23 07:48:21

숨가쁘고 어지럼증…혹시 심한 스트레스 받으셨나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근육에 손상을 줘서 생기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근육에 손상을 줘서 생기는 '스트레스성 심근증'은 급성심근경색증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사뭇 다른 질환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높고, 지진 및 테러 등을 겪은 뒤 급성 심장사가 급격히 증가한다. 급성심근경색(갑자기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서 심장기능이 정지되는 것) 환자의 경우, 증상이 생기기 직전에 분노점수가 현저하게 높아져 있기도 하다. 그만큼 심리적 요인이 심혈관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조명받고 있는 '스트레스성 심근증'은 증상이나 검사 결과에서 심근경색증과 매우 비슷하지만 치료 및 경과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스트레스로 생기는 심장근육 손상

50대 초반의 주부 장모 씨는 얼마 전 남편의 외도 문제로 심하게 다퉜다. 평소 고혈압 약을 먹고 있던 장씨는 싸운 뒤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 생겨 응급실로 실려왔다. 도착 당시 혈압은 80/40mmHg로 매우 낮았다. 숨이 가빠서 누워있을 수도 없었으며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도 생겼다. 흉부 X-선 사진을 찍었더니 폐울혈(폐부종, 폐에 체액이 너무 많이 축적돼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 증상을 보였고, 심전도 측정에서 급성심근경색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아울러 혈액검사에서 심근효소 증가가 나타났다. 심장근육이 손상돼 거기서 나오는 특정 효소가 혈액 속에서 증가한 것이다. 급성심근경색증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의료진은 응급 관상동맥 조영술(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 즉 관상동맥을 촬영하는 것)을 시행했지만 정상이었다.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심첨부(심장의 꼭지점 부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스트레스성 심근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보름 후에 시행한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심장근육 운동은 완전히 정상으로 바뀌었고, 2개월 후 심전도 검사를 했더니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늘고 있어

1990년에 일본에서 갑작스런 정신적 스트레스 후에 발생하는 독특한 양상의 심근증을 보고했다. 이후 관련 보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주로 중년 이후 여성에게 발생하며, 증상 및 검사소견이 급성심근경색증과 비슷하다. 그러나 관상동맥조영술을 해보면 정상으로 나타나며, 심초음파검사에서 심첨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특징을 보인다.

심한 스트레스와 관련 있다고 해서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으로도 불리며, 심장 모양이 일본에서 문어를 잡는 단지인 타코주보처럼 변한다고 해서 '타코주보 심근증'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심근경색증이 의심됐지만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 환자들이 바로 스트레스성 심근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급성심근경색과 비슷하지만 달라

가족의 사망, 금전적인 손실, 교통사고, 지진 등 정신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급성 질환이나 수술 등 육체적 스트레스 모두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와 경로로 병이 생기는지는 아직 모른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류재근 교수는 "현재로선 과도한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성 호르몬(카테콜아민)의 분비를 유발하고 과도한 카테콜아민이 빠른 심박동과 혈압상승을 일으켜 심장에 부담을 주고, 결국 심장근육의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증상이나 검사결과에서 심근경색증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해 관상동맥에 뚜렷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구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류재근 교수는 "병원에 도착한 뒤 사망률은 1~3% 정도로 심근경색증에 비해 결과가 훨씬 좋은 편이며 완전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2년 내 재발하는 빈도도 2% 미만으로 낮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어떨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류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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