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없이 똑같은 문구, 메시지 확인도 귀찮아
지역 한 시민단체 간부 A(45) 씨는 평소 조금 알고 지내는 한 정치인으로부터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귀댁의 행복을 기원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는 그 정치인에게 항의 문자를 보냈다. "(당신 같은 사람으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같은 심정일 것이다. 수신인의 이름을 넣어서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문자가 아니면 득표력에 굉장히 마이너스가 될 것이니 중단하는 것이 좋다"는 충고성 내용을 담았다.
직장인 노모(55) 씨는 휴대전화에 확인하지 않은 문자 메시지가 수두룩하다. 거의 추석 연휴를 즈음해 곳곳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들이다. 노 씨가 굳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 이유는 '붕어빵 찍듯' 똑같은 문구로 보낸 추석 안부 메시지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노 씨는 "수신인 이름 없이 똑같은 내용으로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보면 불쾌감이 든다"고 했다.
명절 때마다 주고받는 안부 문자 메시지가 '스팸(spam)화' 되고 있다. 곳곳에서 무작위로 다수 사람에게 복사한 듯 똑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 이런 문자는 상대방에게 고맙다는 인식을 하게 하기보다는 불쾌감을 주기 십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이모(53'여'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다수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지만 성의가 담겨 있지 않은 문자를 받으면 나 역시 받는 즉시 삭제해 버린다"고 했다. 은행 지점장인 최모(48) 씨는 "모르는 사람은 그렇다 쳐도 아는 사람이 스팸으로 문자를 보내올 때는 진짜 기분이 나쁘다"며 "올 연말부터는 이런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수신인도 적혀 있지 않은 판에 박힌 안부 문자 메시지가 울려대는 메시지 수신음이 문자 메시지를 받는 이들에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면서 문자 메시지 회피용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주부 도모(34) 씨는 최근 특정 단어가 들어간 문자 메시지를 스팸 문자로 분류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도 씨가 등록한 단어는 '추석' '한가위' '풍성한' 등 추석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도 씨는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이모티콘만 달랑 찍어 보내는 형식적인 문자를 받으면 섭섭함이 밀려와 안 받는 것보다 못해 차라리 스팸 문자로 분류해버린다"고 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비용과 간편함 때문에 저렴한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명절 안부 인사를 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항의 전화가 오면 스팸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스팸문자'란? = 전화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광고성 편지 또는 문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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