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성폭행범이 뒤늦게 잡히면서 15년 만에 전모가 밝혀진 고 정은희 양 사건에 대해 경찰이 16일 유족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최근 검찰 조사 결과 당시 관할 경찰의 부실 수사로 인해 사건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된 점 등 큰 오류가 밝혀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 유족을 따로 만나 사과를 한 것이다.
대구 달서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들은 1998년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의 잘못된 초동수사와 현장조사 등으로 인해 유족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점에 대해 사죄했다. 국가기관이 부적절한 공무집행으로 개인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당사자 여부와 상관없이 기관이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두 번 다시 그러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진지하게 사과를 해야 실추된 국가기관의 명예는 물론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문의 보도대로 경찰이 이목을 의식이나 하듯 유족과의 만남을 비공개로 하고 대구경찰을 대표하는 대구청장 대신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 사과한 것은 진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공공장소도 아닌 다방에서 사과한 것도 결코 적절한 모양새가 아니다. 더욱이 일방적으로 경찰 입장만 전달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사과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가기관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경우 유족 차원이 아니라 250만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게 옳다. 그래야 경찰 조직 전체는 물론 일선 경찰관 각자가 이런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직무 기강을 다잡고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 사과를 하고도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이 같은 경찰의 처신은 실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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