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쓸모없던 잡초들이 건강식품으로 우뚝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 세상에 필요 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충영'이라 부르는 개다래는 통풍을 치료하는 명약이다. 개다래 열매를 벌레가 먹어 울퉁불퉁해진 것을 목천료(木天蓼)라 부른다. 그걸로 술을 담가 장복해 15년 된 통풍을 완치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통풍뿐 아니라 관절염, 중풍, 안면신경마비, 요통에까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벌레 먹은 장미'는 별 쓸모가 없어도 개다래는 반드시 '벌레 먹은 것'을 써야 한다니 세상 이치는 참으로 묘하다.
인진쑥은 간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예부터 인진쑥을 장복한 간암환자가 완치됐다는 얘기는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요즘은 개똥쑥이 뜨고 있다. 아르테미신이란 성분이 항암효과가 있어 성분 분석을 해보니 기존 항암제보다 월등한 효과가 있어 '개똥' 집안이 양반 반열로 올라설 참이다. 개똥쑥은 항암에 덧붙여 말라리아,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해열 작용까지 있다니 개똥쑥이란 이름만 보고 얕잡아 봤다간 큰코다친다.
돼지감자는 못 먹는 감자였다. 돼지는 먹었는지 그건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 돼지감자의 이눌린 성분이 인슐린을 정상치로 유지하는 효과가 있어 당뇨 환자들이 혹하고 있다. 칼로리가 적고 아무리 먹어도 혈당이 오르지 않아 돼지감자 차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예부터 접두어에 '개' 자가 달린 것과 '돼지' 자가 붙은 것들은 아주 쓸모없는 것들의 표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바뀌었는지 개(犬)씨와 돼지(豚)씨를 두루 합쳐 '견돈'씨 가문이 암과 성인병을 치료하는 명의 반열에 올라섰으니 동의보감의 허준 선생도 '허허…' 하고 웃을 일이다. 그러니 돈 없고 힘없다고 깔볼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효소를 그렇게 선호하는 것은 잡초의 질긴 생명력을 얻기 위함이다. 그 질긴 접착력을 자신의 목숨에 이어 붙이면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란 눈물겨운 투쟁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가장 질긴 것을 찾다 보니까 소금밭에서 염분을 먹고 자라는 함초에까지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이다.
함초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이다. 갯벌과 염전 주변에서 자라는 함초는 봄부터 여름까지 연녹색을 유지하다가 8, 9월에 흰꽃을 피운 후 붉은색으로 변한다. 염전의 염부들이 염증을 내는 풀이었으며 소도 먹지 않는 짠 풀이었으나 요즘은 염전을 갈아엎어 씨를 뿌려 함초밭을 만들고 있으니 '함초만사 새옹지마'가 된 지 오래다.
함초에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인체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 이미 일본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중국에선 신초 또는 복초로 부른다. 북유럽 와덴해와 프랑스에선 고급 음식 재료로 부자들만 먹는 값비싼 요리다. 함초는 많이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다른 음식과 융합력이 좋은 매력 있는 식재료다.
게다가 '장 청소부'란 별명을 얻을 만치 변비 해소와 숙변 제거에는 따라올 약이 없을 정도다. 사람들의 배 속에는 적게는 4㎏, 많게는 10㎏ 정도의 숙변이 아랫배에 꽉 차 있다. 그걸 쉽게 제거해 주는 것이 바로 함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해의 신안군 일대 즉 증도, 지도, 안좌도, 송도, 도리포, 임자도 쪽을 다녀보면 갯벌에 함초가 널려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낫을 들고 갯벌 주변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주인의 고함소리를 들어야 한다. 함초 소금이 출시되더니 함초 된장, 함초 차 등 온갖 상품이 개발되어 인터넷 매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함초는 미네랄이 김의 40배, 시금치의 200배이며 칼슘은 우유의 5배, 철은 해조류의 2~5배, 칼륨은 감자의 3배나 들어 있다. 5억 년 전에 지구에 출현한 화석 같은 천덕꾸러기가 푸대접 끝에 늦게서야 빛을 보게 됐다.
함초는 약방의 감초 이상이다. 식품이자 약이며 조미료다. 여린 순은 나물로 비벼먹고, 삼겹살을 구워 얹어 먹고, 김밥에 넣어도 좋고, 밀가루에 함초 가루를 섞어 국수나 수제비를 끓여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건강의 비결이 '잘 먹고 잘 싸면 된다'는데 함초는 잘 싸는 아랫도리 담당관으론 가히 최고다.
수필가 9hw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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