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참 많이 늙었다" "시집 언제 가니"…명절에 의절 할래?

입력 2013-09-14 07:18:27

가족이 한곳에 모이는 추석.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가족이 한곳에 모이는 추석.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친척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을 하다 보면 생각의 차이가 날 수 있고 이로 인해 감정이 악화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매일신문 DB

"너도 참 많이 늙었다." "시집은 언제 가니?" "에미야, 좀 더 있다 가거라."

이 말들은 분명 관심과 덕담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숙모'고모'삼촌'시어머니의 툭툭 내뱉는 말들이 속을 후벼 판다. '그래 의절이다'며 굳게 다짐한다.

아무리 즐거운 추석이라도 노총각'노처녀의 아픈 데 찌르기, 며느리 트집 잡기 등 말 고문 앞에서 당할 장사 없다. 지나친 관심, 때론 막말이 민족 최대의 명절날, 의절하게 만든다.

◆입조심…걱정한답시고 상처 쿡쿡, 주부·구직자에 특히 조심

명절날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주부나 노총각'노처녀, 구직자 등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가족에게는 특별 대우를 해줘야 한다. "'결혼하라'는 성화에 몇 년째 명절이 싫다. 지난 설에는 친척 형으로부터 '너도 많이 늙었다. 살쪘으니 다이어트 좀 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들었다." 노총각 김정훈(40) 씨의 얘기다.

상대가 어리다고 해서 말을 함부로 해도 안 된다. "너 반에서 몇 등 하니?" "너네 아빤 어릴 때 공부 잘했다" 등 어른들의 말에 아이들은 분노와 적개심을 느낀다. 특히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엄친딸'(엄마 친구 딸)과의 비교는 아이들의 감정을 극한으로 내몬다. 자칫하다가는 부모까지 건드려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조심해야 할 상대방은 주부. 갖가지 특별 음식을 마련해야 하는 추석은 한국의 주부들에게 가사노동의 '막장'이다. 온 가족이 웃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등 돌리고 일하는 주부들은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화가 난 상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평소 하던 말이라도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음식 맛이 왜 이래' 따위의 맛 투정은 금물. 대신 재미있는 말을 해주고 입에 먹을 것도 넣어주고, 주방 주변을 정돈해 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더 있다 가라.' 이 말만은 해서는 안 된다. 몇 년째 주부들이 듣기 싫은 말 1위로 꼽은 악명 높은 멘트다. 분명 덕담이고 친근감의 표시일 수 있다. 그러나 듣는 입장은 다르다. 빨리 친정에 가려고 아픈 허리를 가누며 설거지를 끝낸 며느리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명절만 되면 꾹꾹 참고 있던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다. 오랜만에 가족을 보자마자 평소 쌓여 있던 섭섭한 감정이 이성을 누르고 치밀어 올라온다. 피로가 누적되거나 자신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수치심, 불편함, 분노 등을 자극하는 일이 생기면 더욱 격해진다. 요주의 인물들이다.

◆몸조심…운전·요리중 틈틈이 스트레칭, 술먹고 양치안하면 충치 유발

명절 스트레스나 과도한 노동은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된다. 명절 연휴는 그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남편들은 운전 스트레스, 주부들은 음식 장만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특히 장시간 운전과 음식 만들기로 허리나 무릎 등 온몸에 통증이 생겨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고향으로 향하는 첫걸음부터 고통은 시작된다. 심한 경우 10시간이 넘도록 도로에서 씨름해야 하는 귀향'귀갓길. 그러다 보니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운전자의 온몸은 뻐근하다 못해 욱신거린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허리를 돌리거나 팔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며 몸이 훨씬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운전할 때는 최대한 등받이에 등을 붙이면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발이 편한 단화를 신는 것이 발목과 무릎 관절에 무리를 덜 주는 방법이다.

명절의 대부분을 주방에서 보내야 하는 주부들은 뼈 마디마디가 괴롭다. 음식을 준비할 때는 바닥에 둘러앉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허리를 구부린 채 일을 하게 되면 서 있을 때의 2, 3배 정도의 하중이 허리에 가해지게 된다. 무릎이 받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완전히 구부려 쪼그리고 앉으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7배 이상 증가해 무릎은 물론 고관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손목도 괴로운 부위다. 칼질 등 손목을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명절이 끝난 후 손저림 증상이 심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최창동 마디병원 원장은 "명절 장거리 운전으로 무릎과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안정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소 가벼운 통증도 그냥 넘길 경우 후에 더욱 심한 관절의 통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주부들은 음식을 준비할 때는 푹신한 방석 등을 깔고 앉아서 일하는 것이 좋다. 주방 일을 하는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관절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방안에서 편히 쉬는 사람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틈만 나면 명절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일쑤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 혹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따른다. 특히 명절 음식은 기름진데다 약과나 한과, 과일 등은 당분이 높아 치아 건강에 좋지 않다. 밤늦게까지 간식을 먹거나 혹은 음주 후 양치를 하지 않고 바로 잠드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기화 행복을심는치과 원장은 "술은 혈압을 상승시켜 잇몸 출혈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충치와 치주염이 생길 뿐 아니라 술을 만드는 원료 자체가 충치 및 치주염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갑조심…택배 확인 문자 알고보니 사기, 출처 모를 메시지 클릭 말아야

풍성한 마음만큼이나 두툼한 지갑. 이를 노린 범죄도 극성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물량부족과 배송지연 등을 빌미로 한 인터넷 사기 또는 스미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현금결제 유도, 임시번호로 구성된 연락처 악용, 중고거래사이트와 쇼셜커머스 등에서 직거래 방식으로 과대광고 등 수법도 다양하다. 특히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스미싱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추석절 무료 OTP제공 이벤트' '택배 배송경로 실시간 확인' '친구 수락 요청' '출시기념 백신프로그램 30일 무료쿠폰' 등의 문자메시지를 반가운 마음에 클릭하는 순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거래대금을 송금한 이체 내역서와 사기 피해가 발생한 갈무리 화면 등을 증거자료로 첨부해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경찰청 넷두루미 등에서 인터넷 사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준영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대장은 "고가의 제품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팔거나 선착순, 공동구매 등의 판매방식일 경우 일단 의심해야 한다. 일반 쇼핑몰보다 배송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긴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 상품 대금을 현금결제(계좌이체)로만 유도하는 판매자와 거래를 자제하고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 메시지는 외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액결제가 안 되도록 콜센터에 요청하는 것이 피해를 원천봉쇄하는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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