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생서 음악의 길로…노래 못한다 수업 쫓겨나기도
지역에서 최고의 오페라 명강사로 꼽히는 바리톤 이인철(52). 이인철은 대구를 대표하는 남성 중창단 '이깐딴띠'의 단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대구공고 출신인 그가 음악을 시작한 것은 남들보다 한참 늦은 고3 때였다. 이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공고는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어릴 때부터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몇 달 부지런히 연습해 '거짓말처럼' 영남대 성악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첫 해 레슨을 받은 교수님께서 워딩(발음)이 좋지 않다고 걸핏하면 학교 뒤 숲에 가서 100번씩 부르고 오라며 강의실에서 쫓아내더라. 그땐 순진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설움이 많았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이 음반을 들으며 혼자 독학하는 것이었다. 1시간 반 거리의 학교를 오고가면서, 혹은 틈이 날 때마다 독일의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의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며 그 사람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가수들의 음반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반복해 들으며 새삼 노래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년, 1학년 말 기말고사에서 그의 노래가 탁월한 평가를 받으며 획기적인 점수를 받게 됐다. 이 씨는 "남의 노래를 많이 듣고 귀가 뚫리면서 내 소리가 좋다 나쁘다를 스스로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달라지는 효과가 있더라"며 "딱히 목표를 잡지 못하고 시작한 음악의 길이었지만 그 때 처음으로 '내가 갈 길은 이것이다'는 확신이 오면서 승부를 한번 걸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이런 그가 꼽는 그의 음악 인생에 각별한 노래는 오페라 가면무도회 중 레토나가 부르는 '너였구나 내 영혼을 더럽힌 자가'(Eri tu che macchiavi quell'anima)를 꼽았다. 이 씨는 "소리는 기본으로 내면서 사랑과 질투, 배반과 복수의 감정을 한 곡안에 녹여내야 해 많은 변화가 있는 곡"이라며 "최상의 표현력을 이끌어내야만 소화가 가능한 명곡"이라고 했다.
또 하나 그의 인생에 잊지 못할 명곡이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다. "시내에 있던 레코드 가게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들었는데 가슴에 쓸쓸한 느낌이 차오르면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세상이 모두 내 음악같은 감동이 밀려온다"고 했다.
바리톤 이인철은 재기 넘치고 걸출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수강생들을 사로잡는 인기 강사로 클래식 성악과 오페라의 지평을 넓히는데 앞장서고 있다. "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지만, 일반인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는 일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노래라는 것은 재미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마냥 즐기기만은 쉽지 않거든요. 일반인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면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클래식 장르에 대한 마니아층을 확산시켜나간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됩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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