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세워 의료 봉사 계획" 신암동 사과밭 주인 땅 희사

입력 2013-09-09 08:00:00

다른 지주 땅도 팔도록 주선…파티마의원 부지 매입

베네딕도 수녀회는 1954년 현 대구파티마병원 자리인 동구 신암동 땅을 사들여 이듬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땅을 매입하는 과정부터 건물을 짓기까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도왔다. 대구파티마병원 제공
베네딕도 수녀회는 1954년 현 대구파티마병원 자리인 동구 신암동 땅을 사들여 이듬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땅을 매입하는 과정부터 건물을 짓기까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도왔다. 대구파티마병원 제공

대구시 중구 공평동 수녀원은 매우 좁았다. 앞으로 정착할 수녀원 장소가 필요했다. 오트마라 암만 수녀는 오랫동안 마땅한 자리가 없을까 찾던 중 드디어 1954년 11월 당시 대구 변두리이던 현 동구 신암동에 자리를 발견했다.

신암동 땅을 구입하게 된 경위는 수녀원 연혁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마침내 우리는 약간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지에 우리 형편으로는 제법 커다란 사과밭을 매입할 수 있었다. 그 사과밭은 바로 큰 길가에 인접해 있었다. (중략) 신설된 의원은 그 이름을 '파티마의원'이라 했는데, 당시 우리가 속한 신암동 본당 종각 위에는 파티마의 성모상이 모셔져 있었으며, 우리는 성모님께 의지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에서 시작된 가톨릭 의료사업은 제6대 대구교구장인 최덕홍 주교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최 주교와 육군병원 종군신부의 적극적인 권유, 미군의 도움으로 파티마의원 부지를 사들일 수 있었다.

원래 동구 신암동 땅을 매입할 때 언덕의 사과밭 주인은 신암동 본당의 김우정 씨였다. 사들이려던 땅의 주인은 김우정 씨 외에 두 명이 더 있었다. 김우정은 교구청에서 교회에 기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선산이기도 한 이 땅을 교회에 희사했다.

수녀원의 재산이 없고, 앞으로도 이 곳에 병원을 세워 의료 봉사를 한다는 수녀회의 계획을 듣고는 자신의 땅을 아주 헐값에 주었다. 아울러 나머지 두 명의 주인들이 갖고 있는 땅도 김우정 씨가 주선해 수녀회에 팔도록 했다.

1954년 자선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미8군 원조기구인 AFAK(American Forces Assistance to Korea), 서독의 구제기구인 미세레올(Misereor), 스위스 부인회, 서독 정부, 로마 포교 성성의 원조를 받아 1955년 1월 28일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최초의 공사는 미군의 도움으로 조그마한 단층집으로 짓기 시작했다. L자형 건물은 서쪽에 단층, 남쪽에 2층으로 지었다. 수녀원은 좁은 땅에서 시작해 조금씩 작은 건물들을 늘려갔는데, 나중에 의료활동을 하도록 수녀원 자리를 내주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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