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퇴임하고 편의점에 출근해 화제가 됐던 김능환 전 대법관이 최근 대형로펌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타깝다' '실망이다' '그럴 줄 알았다', 심지어 '편의점 쇼'라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그는 로펌으로 옮기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편의점 일은 아내를 돕는 일로, 가족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와서 로펌을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덧붙여 '형편이 어려우면 마음마저 바로 세우기 힘들다'는 고사를 인용해가면서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지요.
은퇴를 하지 않았다면 저 또한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마도 '형편이야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입을 삐쭉거렸을 테지요.
현역일 때 저 역시 그랬습니다. 몇몇 선배들의 행보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이런저런 섭섭한 이야기를 내던졌습니다. 회사나 후배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좇는 선배들의 처신이 안타깝기도 하고 때론 원망스러워 싫은 내색도 했었습니다.
은퇴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선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지사지이지요. 자녀들의 혼사도 있고 막내 공부도 시켜야 하고 초라해지는 자신도 싫고 해서 불러주는 곳이면 갔던 것입니다. 그런 선배를 향해 우아하고 고고한 백수로 남아있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해 달라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까불었던 것이지요.
인디언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기까지는 그 사람을 비판하지 말라'입니다. 어찌 인디언 마을에만 해당하는 것일까요.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윗사람에 대한 우리의 이해 폭은 아주 닫혀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무한대의 기대수준을 그어놓고 거기에 못 미치면 괜히 투정하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김 전 대법관 역시 우리 사회의 '청백리'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근사한 타이틀 이전에 누구의 아버지이며 남편이고 자식입니다. 그 도리를 위해 몸을 움직인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인들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나 비판을 왜 예상하지 못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 길을 택했습니다.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겠지요.
남을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이해하기는 참으로 어려운가 봅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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