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이 된 '여름엔 회 먹지마'
이번 주부터 맛있는 칼럼 '전문양의 푸드 다이어리'를 연재합니다. 전문양 씨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및 컨설턴트, ㈜모짱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패션센터 팀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momozzang31.blog.m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낮은 여름의 열기, 아침저녁은 가을 공기, 딱 '짬짜면' 스타일이다.
올여름의 더위는 특별했다. 파란 하늘에 부드럽게 떠 있는 뭉게구름이 눈꽃 빙수로 보일 정도이니 폭염의 기억은 오래갈 것 같다. 이번 여름도 역시나 빙수가 대세였다. 오리지널 스타일의 옛날 맛 팥빙수는 스테디셀러로 계속 사랑을 받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빙수가 등장한다.
올여름 대구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빙수는 자몽빙수와 멜론빙수였다. 특히 자몽빙수는 타지역에서 맛을 보러 올 만큼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평일 낮에도 동성로 카페골목의 한 빙수가게에는 손님들이 줄지어 대기했다. 동성로 상권이 쇠퇴했다는 현 시점에서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비주얼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하면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피스타치오를 토핑으로 얹어 내면서 다른 빙수에 토핑된 아몬드, 땅콩 등을 물리치고, 차별화된 플레이팅을 선보였다. 멜론 절반이 통째로 들어간 멜론빙수 또한 가격대비 훌륭한 재료를 선보이면서, 자몽빙수와 함께 동성로의 최고의 푸드 트렌드 아이콘으로 부상하였다.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빙수가 등장할까?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는 독특한 아이스크림을 판다. 사람들은 이 아이스크림을 맛보기 위해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프트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벌집이 사뿐히 올라앉아 있다. 서울의 젊은이들은 벌집 모양의 꿀로 아직도 달콤한 여름 향기에 취해 있다. 연두, 노랑, 분홍 빛깔의 아이스크림콘은 무지개를 보는 듯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 준다. 역시 서울 강남의 발상은 세련되었다. 경영자는 매년 새로운 아이템의 등장이 별로 반갑지는 않을 터이지만, 필자는 새로운 푸드 트렌드 아이콘의 등장이 즐겁다. 푸드 마케팅의 측면에서 보자면, 푸드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져 항상 조사와 연구의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바로 경쟁에서 밀리고 만다.
올여름에는 전국 최초로 대구에서 국제치맥페스티벌이 열렸다. 명실공히 '닭의 도시'를 다시 한 번 알리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치맥, 즉 치킨과 맥주는 사이 좋은 커플처럼 항상 붙어다닌다. 평범한 맥주는 더 이상 소비자의 시선을 잡을 수가 없다. 세계맥주의 수입으로 맥주 시장의 차별화도 이제 식상하다. 커피를 넣은 더치커피 맥주가 새롭게 선보였고, 맥주의 거품을 얼려낸 빙수맥주도 등장했다.
여름철과 비가 오는 날에는 회를 먹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초밥 경쟁이 정점에 달했다. 여름철이면 한껏 맛이 오른 달달하고 향긋한 성게알과 아삭아삭한 식감을 안고 있는 피조개, 여름철에 제 맛을 자랑하는 농어를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초밥집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필자가 몇 년 전부터 예견한 초밥의 전성시대가 왔다. 돔, 우럭, 농어, 피조개, 관자, 전복, 붕장어 틈 속에서 가을 전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또 자연산 송이, 낙지, 장어, 대하 등의 가을 진미가 식도락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톡톡 튀는 푸드 트렌드와 아날로그시대 흑백사진처럼 문득 향수에 잠길 수 있는 추억의 음식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웰빙 식자재부터 해외의 파인 다이닝 이야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주제로 독자들을 찾아뵙겠다.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