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통과시켰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에 부쳐진 체포동의안은 재석의원 289명 가운데 찬성 258명, 반대 14명, 기권 11명, 무효 6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이 의원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내란 음모 혐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의원이 됐다.
제헌국회부터 이날 본회의까지 가결된 체포동의안은 모두 12건으로 직전 사례는 지난해 9월 금품 수수 혐의를 받던 무소속 현영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었다.
구인장 집행 50여분 대치…국정원·통진당 격렬한 몸싸움
◆체포동의안 통과 이후 구금까지
국가정보원은 체포동의안 통과 후 발 빠르게 구인장 집행에 나서 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던 이 의원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및 경찰과 진보당 관계자들 사이에 1시간 가까이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발부받은 국정원 직원 20여 명이 이날 오후 7시 20분쯤 신관 출입구를 통해 의원회관으로 들어와 곧장 이 의원이 있는 520호로 향하면서 문 앞을 막아선 당직자들과 충돌이 시작됐다. 국정원 직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밀고 들어가려 하자 몸싸움은 더욱 격렬해졌다.
이 의원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국정원이 구인을 시도한 지 50여 분 만인 8시 10분쯤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국정원 공작정치는 심화할 것이다"라며 걸어나왔다.
이 의원은 같은 당 이상규 의원이 앞에서 길을 터주는 가운데 좌우에 대동한 국정원 직원들과의 신체접촉 없이 밖으로 나와 회관 앞에 모인 진보당원 200여 명을 향해 미소를 띤 채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이 의원은 "힘내요, 이석기"를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무죄를 확신한다"고 답한 뒤 검정색 토스카 승용차에 올랐다.
통진당 제외 반대 의사 25명…누구 표일까
◆10%에 이른 체포동의안 반대 기권표는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보다 기권'반대표가 많이 나오자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89.2%라는 압도적 찬성을 보였지만 반대와 기권'무효를 합친 이탈표도 10% 넘게 나왔다. 줄곧 강경 목소리를 내온 새누리당, 민주당, 정의당이 동의안 찬성을 당론으로 택한 상태에서 이탈표가 예상 밖으로 많이 나왔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새누리당의 경우 소속 의원 153명 중 151명이 참석했다. 체포동의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의 경우 126명의 의원 중 120명이 표결에 참석했다. 내분 끝에 통진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의당(5명)도 찬성이 당론이었다.
통진당 소속 의원 6명이 반대표를 던졌을 게 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7명)들 중 8명의 반대표가 나왔다. 여기에 사실상 정치적 반대 의사표시인 기권과 무효표까지 합칠 경우 25명이 이 의원의 체포에 반대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탈표가 민주당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일호 대변인은 "아직 그런 분들이 국회에 있다는 게 놀랍다"며 "우리 당 소속 의원들 중에 그런 분은 없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서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본회의 직전 가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체포동의안 투표에서 일종의 정치적 자작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 일부가 고의적으로 반대'기권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새누리 "야권연대에 원죄"…민주 "국정원 개혁 계속"
◆정치권 향후 파장은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로 이 의원이 구속 수사를 받게 돼도 이번 내란음모 사건을 둘러싼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는 바람에 이 의원이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할 수 있었다는 '원죄론'을 계속 제기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표결에 비교적 신속하게 임하기로 한 것처럼 이른바 '종북세력'과의 확고한 절연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국가정보원 개혁과 같은 이슈를 고리로 대여 투쟁의 끈을 조일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은 이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로 당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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