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신호 보고 출발 수신호…무궁화호, KTX 옆면에 쾅
8월 31일 오전 대구역에서 일어난 열차 추'충돌 사고는 신호 위반과 협업(協業) 미숙이 빚어낸 총체적 인재(人災)였다.
코레일은 2일 대구역 열차 추돌 사고에 대해 기관사'열차승무원의 선로 및 신호상태 확인 소홀, 관제원의 운전정리 사항 미통보 등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TX가 본선을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멈춰 있어야 할 무궁화호가 빨리 출발해 열차끼리 추돌해 탈선했고 이 사실을 모르고 대구역으로 진입하던 부산행 KTX 열차가 2차 충돌해 사고가 커졌다는 것.
코레일과 대구역 등에 따르면 31일 오전 7시 14분쯤 대구역을 출발한 상행선 무궁화호 1204호 열차가 100여m를 이동하다, 대구역을 무정차 통과한 뒤 본선에 진입하던 상행선 KTX 4012호 열차의 옆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량으로 편성된 무궁화호 열차의 기관차와 20량인 4012호 KTX 열차의 2~9호 객차 등 모두 9량이 탈선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사고 당시 무궁화호가 있던 선로의 신호기에는 빨간색 정지등이 정상적으로 켜져 있었다. 하지만 무궁화호 여객전무는 출발을 지시했고 이 열차 기관사도 여객전무의 말만 듣고 신호기를 따로 확인하지 않은 채 출발해 사고가 났다. 1차 추돌사고를 낸 무궁화호 기관사는 "KTX 열차가 지나는 본선 신호기에 켜진 녹색등을 보고 무궁화호의 신호기로 착각해 잘못 출발했다"고 진술했다. 여객전무도 신호기를 착각해 출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탈선 사고가 있은 뒤 부산행 KTX가 진입하기까지 4분 동안 부산행 KTX에 통보되지 않아 2차 충돌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부산행 KTX 기관사는 "육안으로 사고 현장을 확인한 뒤 속도를 줄여야 했다"고 밝혔다. 대구역은 신호등 상황을 확인한 뒤 대기 중인 무궁화호 열차에 출발 허락 여부를 알려줘야 하지만 아무런 통보도 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 시스템 부재에 업무 미숙이 합쳐진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잘못된 출발신호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운행한 기관사, 업무에 소홀했던 관제실 등 미숙한 운영이 겹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대구역 열차 사고 원인이 관리자들의 미숙한 운행으로 불거진 것임을 볼 때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확하고 자세한 사고원인 규명에는 1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관제와 녹음, 신호체계, 차량운행기록장치 등을 분석해 기초조사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만 족히 1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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