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성주서 한센병 돌봐, 58년간 한국서 의료 봉사…디오메데스 수녀

입력 2013-09-02 07:49:55

이국 환자 위한 한평생

한평생 이국 땅에서 아픈 이를 돌보며 사랑을 실천했던 디오메데스 메펠트 수녀. 사진은 1963년 성주군 초전면 용봉리 성심의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파티마병원 제공
한평생 이국 땅에서 아픈 이를 돌보며 사랑을 실천했던 디오메데스 메펠트 수녀. 사진은 1963년 성주군 초전면 용봉리 성심의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파티마병원 제공

1909년 4월 10일 독일에서 태어난 디오메데스 메펠트 수녀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27살이던 1936년 수녀원에 입회했다. 이듬해인 1937년 원산 수녀원에 파견된 뒤 1941년 함흥 성심의원을 열어 의료활동을 하다가 공산정권이 들어선 뒤 강제수용소에 갇혔다가 독일로 돌아갔다. 디오메데스 수녀는 1958년 5월 23일 대구로 다시 파견됐다.

일 년쯤 뒤 한국 의사면허증을 취득하고, 대구파티마병원에서 근무했다. 이 무렵부터 왜관과 성주 등지에 있는 한센병 환자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에나타 수녀와 함께 성주군 초전면 용봉리에 있던 한센병 환자촌으로 가서 환자들을 돌봤다. 용봉에 정착촌을 짓고 그들을 위한 의원을 만드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당시 용봉에 있던 환자는 135명 정도였다.

마침내 독일 미세레올 재단, 독일 한센병협회, 미국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1962년 3월 1일 용봉 성심의원을 열게 됐다. 한센병 환자의 조기 발견 및 치료, 정착 농장 주민의 건강관리 및 치료, 극빈 한센병환자 및 결핵환자의 생계자립 지원이었다.

디오메데스 수녀는 대구파티마병원은 물론 왜관 삼청동과 성주 용봉리를 오가며 진료했다. 그러던 중 1963년 7월 1일 디오메데스 수녀는 5년간 근무했던 대구파티마병원을 떠나 성심의원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디오메데스 수녀는 한센병환자를 맡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는데, 원장 수녀가 최종 허락을 내리자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고 한다.

1963년 성주로 옮겨온 수녀는 나환자들을 '이 땅의 작은 예수'라 부르며, 수십 년간 하루 12시간 이상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봤다. 60년간의 의사 생활 중 58년을 한국에서 봉사했다. 1995년 5월 2일 고령으로 은퇴한 뒤 독일로 돌아갔으며, 1998년 6월 12일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디오메데스 수녀는 국민훈장 모란장과 독일 정부의 십자훈장을 받았다. 디오메데스 메펠트 수녀의 탄생 100주년 기념미사 및 문집 봉정식이 2009년 5월 9일 성주군 초전면 용봉리 한센인들의 보금자리인 '디에모의 집'에서 열리기도 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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