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역행복생활권' 들여다보기

입력 2013-08-28 07:00:05

지난 7월 18일'지역희망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단 박근혜정부의 지역발전정책 방향이 발표되었다.'지역행복생활권 구현'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행복생활권이란 '전국 어디서나 주민이 불편함이 없이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서비스가 충족되는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중심도시, 농어촌중심지(읍면), 배후마을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주민'지자체가 주도하여 중심도시-농어촌중심지-마을을 공공'상업서비스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연계'설정한 권역'이라고도 한다.

이 구상은 주민이 체감하는 지역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요지인데, 실제 구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지역행복생활권 설정의 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극히 애매모호하다. 광역경제권이나 시도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시군 또는 읍면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는데 지역행복생활권 구상에는 그러한 역할 분담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

정책 기획의 원칙인 보충원리(subsidiarity principle)와 대응원리(correspondence principle)가 무시되어 버린 듯하다. 예를 들어 비수도권 지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산업육성이나 과학기술진흥은 적어도 시도 차원 또는 광역경제권 차원에서 추진해야 자원이용의 낭비를 막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역행복생활권마다 기업지원센터, 연구소를 만드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일이다.

지역행복생활권 설정의 목적은 주민의 필수 기초서비스 즉 응급의료, 영유아 보육, 기초교육, 다문화가정 지원, 노인'장애인복지 서비스 제공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중에서도 지역을 불문하고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은 지역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이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는 길이다. 종전 중앙 부처가 국가 차원에서 해오던 일을 지역정책에 집어넣는 것은 지역정책의 외형만 키우는 것으로 오해를 살 만하다.

지역행복생활권 유형 설정에 있어서도 정합성이 부족하다. 중추도시생활권(대도시중심형+네트워크도시형), 도농연계생활권, 농어촌생활권으로 유형화하고 있는데 각 생활권 간의 연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다. 지역계획의 기초인 도시계층구조(urban hierarchy)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역행복생활권 설정의 목적과도 아귀가 맞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농어촌생활권에서 대도시 또는 중심도시의 고차 서비스나 경제'교육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누리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지역행복생활권 설정 목적을 보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역행복생활권을 설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지역행복생활권은 특정 시도 내에서만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대구 대도시권에 경산, 구미 등 경북의 시군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우선 대구와 경북의 기초지자체(시'군'구) 간의 합의가 필요하고 대구와 경북 간의 광역지자체 간 합의도 필요하다. 대구 수성구와 경북 구미를 한 생활권으로 묶는 것은 타당성이 약해 보이고, 수성구와 경산 간, 대구 북구와 구미 간은 타당하지만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치를 따진다면 대구를 중심으로 몇 개의 지역행복생활권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대구의 각 구들이 서로 다른 생활권에 편입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도 영 어색하다.

설정한다 해도 그 이후에 나타날 소지역주의적 님비, 핌피 현상이 우려된다. 상위 기구 예컨대 대구시와 경상북도 간에는 빅딜의 여지가 많다. 특정 시설의 입지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지역행복생활권을 설정할 경우 우선 지역행복생활권 간 입지 다툼이 나타날 것이고, 특정 생활권 내에 입지가 결정될 경우 동 생활권 내 기초지자체 간 입지 다툼이 또 나타날 것이다.

기존 행정체계와는 별도로 지역행복생활권별 추진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추진체계를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해온 5+2광역경제권 설정의 문제점이 그보다 적어도 대여섯 배 이상 수가 많아질 지역행복생활권 간에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현재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지역희망프로젝트 설명회를 열고 있다. 단순한 홍보, 설득의 장으로서가 아니라 미흡한 점은 보완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장재홍/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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