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은 펀드에, 생활비 쪼개 변액연금보험에
주부 박모(50) 씨는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은퇴준비다. 그동안 박 씨는 남편(54)에게 생활비를 받아 사용해왔다. 지금까지 남편이 돈 관리를 했기 때문에 은퇴준비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다. 남편이 어련히 알아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베이비부머 은퇴 이야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생겨 최근 남편과 은퇴준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걱정에 빠졌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은퇴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노후 빈곤층이라는 말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재무상담클리닉센터 문을 두드리게 됐다.
Q: 90,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준비된 것이 없다. 앞일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 관리를 내가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마저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성은 혼자 사는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은퇴준비의 초점은 주로 경제활동을 하는 가장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베이비부머를 둘러싼 은퇴 이야기의 중심도 가장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살림을 사는 주부들은 소외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더 긴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은퇴설계의 중심은 여성이 되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여성은 혼자 사는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통계청의 2010년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2060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90.3세다. 그야말로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반면 2060년 남성의 평균 수명은 86.6세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5세 정도 더 오래 산다. 여기에 남편과의 나이 차이를 감안하면 여성이 대략 남성보다 10년 정도 오래 산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성의 노후준비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박 씨의 경우 그동안 경제권을 남편이 갖고 있었던 까닭에 노후준비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 씨는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박 씨는 생활비 일부를 쪼개 꾸준히 저축을 해왔다. 이 돈을 노후설계를 위한 종자돈으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만으로 펀드 고르는 것은 금물
박 씨가 지금까지 생활비를 절약해 모은 돈은 5천만원에 이른다. 물건 살 때 한푼 두푼 깎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면서 알뜰살뜰 모은 돈이다. 박 씨는 이 돈을 부부 노후자금이 아니라 자신만의 자산으로 관리를 하고 싶어한다. 예기치 않는 일이 발생했을 때 사용을 하든지 아니면 자녀가 결혼할 때 도움을 줄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씨는 지금까지 정기예금을 통해 5천만원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금리가 너무 낮아 고민이다. 박 씨가 가진 5천만원은 오랫동안 묻어 둘 수 있는 여윳돈이다. 따라서 투자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구성해도 무방하다. 투자 과정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중간에 돈을 찾지 않고 회복이 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진 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5천만원 가운데 3천만원은 주식형펀드에, 나머지 2천만원은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박 씨는 펀드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자다.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고르는 것이다. 수익률은 펀드를 고르는 하나의 잣대에 불과하다. 특히 과거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해서 미래에도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펀드를 고를 때는 자산운용회사의 투자 철학과 운용시스템의 일관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또 자산운용회사 경영진이 자주 바뀌는지, 펀드매니저들이 자주 교체되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필요자금 분석부터 체계적인 준비 필요
박 씨 부부의 은퇴준비는 시기상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알찬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다행히 박 씨의 남편이 자영업을 하는 까닭에 정년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노후설계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박 씨의 남편은 앞으로 10년은 더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 나이로 치면 60세에 은퇴를 하는 셈이다. 그러면 박 씨 부부에게 10년이라는 은퇴준비기간이 주어져 있다. 박 씨 부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노후설계는 은퇴 후 필요자금을 산정하는 것이다. 박 씨는 은퇴 후 매월 18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씨가 기대 수명인 90세까지 산다는 것을 기초로 물가상승률 연 2%를 가정하면 은퇴 자금으로 8억6천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금액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만일 박 씨의 나이 60세부터 연 4%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박 씨가 60세 되는 시점에 준비해야 은퇴 필요자금은 5억7천600만원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박 씨의 남편은 만 62세가 되는 시점부터 매월 7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남편의 국민연금을 감안하면 실제 준비해야 할 은퇴 필요자금은 4억800만원으로 더 감소한다. 즉, 60세까지 4억800만원만 준비하면 현재가치로 매월 180만원의 생활비를 노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퇴 필요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박 씨는 생활비 일부를 활용해 본인 명의의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만일 박 씨가 100만원을 변액연금보험에 넣어 주식혼합형으로 운용해 기대수익률 7.5%를 올린다면 10년 후 1억4천만원 정도를 모을 수 있다.
변액연금보험을 고를 때는 보험사의 안정성, 지급여력비율 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보험료가 어떤 펀드를 통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투자전략도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변액연금보험은 주식형펀드처럼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운용현황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사업비도 점검 사항이다. 지나치게 높은 사업비는 수익률 저하의 원인이 된다. 사업비는 상품설계서에 항목별로 자세하게 나와있다.
또 남편은 자신이 관리하는 자산을 재무목표에 따라 자녀결혼자금, 노후준비 등으로 구분해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씨에 따르면 남편은 상가 투자를 통해 은퇴 후 삶을 대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남편이 부동산에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 될수록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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