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화투판·술판…시민의식 사라진 신천둔치

입력 2013-08-26 10:44:32

목줄 없는 애완견 수두룩…다리 아래 수십명 노름판, 출입금지 오토바이 버

25일 대구 신천 중동교 부근 둔치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개들이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뒤쪽에
25일 대구 신천 중동교 부근 둔치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개들이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뒤쪽에 '개를 동반할 때 목줄을 취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즉시 수거하지 않으면 동물보호법에 의거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신천 희망교 다리 밑에서 시민들이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신천 희망교 다리 밑에서 시민들이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22일 오후 대구 남구 희망교 아래 신천둔치. 한 여성이 애완견 세 마리와 함께 한낮 산책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인근에는 '개를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경고문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하지만, 목줄을 하지 않은 애완견 세 마리는 잔디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달려오는 애완견에 산책하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여성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민 박모(35'여'대구 남구 이천동) 씨는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주변 산책하는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대구의 도심 속 휴양지 신천둔치가 성숙하지 않은 시민의식과 관리규정 미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희망교 아래 넓은 산책로는 화투판을 벌인 수십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는 5, 6명씩 조를 이룬 사람들이 저마다 가져온 돗자리를 깔고 앉아 천 원짜리와 동전을 잔뜩 쌓아둔 채 화투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주변에는 먹고 버린 물통과 술병,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화투판을 둘러싸고 모인 사람들을 피해 아슬아슬한 주행을 해야 했다.

신천둔치 관리를 맡은 한 공익근무요원은 "도박이 아닌 놀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지할 수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노점상이 올 수 있어 가능하면 한곳에 모여 있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투는 판돈과 치는 장소, 목적, 관계 등에 따라 도박과 오락으로 분류된다.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단속을 나가지만 도박과 오락의 경계가 모호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신천둔치 곳곳에 걸어둔 경고 현수막은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대구 신천둔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구분하고, 오토바이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경고문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보행자 전용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가 하면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한 주행을 즐겼다. 편의시설인 벤치와 정자에서는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심지어 상동교 아래에서 낚시를 즐기는 남성도 보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천둔치 관리를 맡은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업소는 계도에만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신천둔치는 법적으로 도시공원이 아니고 하천지역이기 때문에 하천법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도시공원과 달리 신천둔치는 금연에서 자유롭다.

낚시와 텐트를 치는 야영행위 등도 처벌받지 않는다. 신천둔치에는 하천법에 따라 '신천 전 구간에 대해 낚시'오토바이 운행 등을 할 경우 처벌한다'는 공고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는 허수아비 표지판에 불과하다. 시설안전관리업소에 따르면 바뀐 하천법에는 시에서 지정'고시한 지역에 대해서만 낚시와 야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신천둔치는 지정'고시 대상이 아니다.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업소 관계자는 "오래전에 세워둔 표지판이라 지금은 표지판에서 적시한 내용을 개정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청원경찰과 공익근무요원이 돌아가며 계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24㎞ 구간을 행정력에만 의지해 질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신천둔치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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