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경북 와인' 스토리 입고 '알짜' 6차 산업

입력 2013-08-24 08:02:00

청도 와인터널. 매일신문 DB
청도 와인터널. 매일신문 DB
왼쪽부터 영천 오디와 인
왼쪽부터 영천 오디와 인 '스타베리'. 문경 오미자와인 '오감만족' 영주 사과 와인 '상떼마루' 영천 포도와인 '씨엘' 청도 감와인 '감그린'.

포도, 감, 사과, 자두 등 전국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메이드 인 경북' 과수로 만드는 경북 와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호가 중심이었던 국내 와인시장이 대중화되고, 수출 길도 물꼬를 트며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 관광, 체험 등을 접목해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와이너리(와인양조장) 관광이 6차산업의 히든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와인의 고장, 경북

국내 와인시장은 2000년대 전후로 웰빙과 취미 열풍을 타고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4천5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거의 모든 와인을 맛볼 수 있게 됐지만 대중화 추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우리 과수로 만든 와인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와인 원료가 되는 각종 과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전국 1위인 경북이 최적지로 꼽히고 있는 것.

현재 경북지역에는 27곳의 와인 생산업체가 가동 중이다. 그런데 절반인 13곳이 영천지역에 있다. 영천은 포도 재배면적이 전국의 14%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포도 생산지다. 경북도와 영천시는 2008년부터 와인클러스터사업을 통해 고품질 와인 생산 및 소믈리에(와인 관리 및 추천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영천은 연 25만 병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와인 생산지가 됐다.

청도는 감, 영주와 의성은 사과, 김천은 자두, 문경은 오미자. 봉화는 산머루 등 경북 여러 지자체가 특산 과수를 와인에 접목하고 있다.

경북 와인은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고의 영예는 건배주나 만찬주로 선정되는 것이다. 청도 감와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 대통령 취임식에 2차례 연속 건배주로 선정됐다. 이에 힘입어 최근 중국 수입업체와 연 10만 병(10억 원) 규모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영천 오디와인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물포럼 행사에서 만찬주로 선정됐고, 와인의 본산 프랑스에서 온 앙리 베고르 프랑스 물연합회장이 원료인 오디와 영천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도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영주 사과와인은 올해 6월 열린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대회에서 4천500여 개 세계 와인과 겨뤄 은상을 수상했다.

◆와인으로 경북 농업 부가가치 키워야

술은 농산물 가공품 중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자랑한다. 와인은 다양한 과수를 활용할 수 있는 술 품목이다. 국내 최초 술 박사로 알려진 정헌배 중앙대학교 교수(전 농림부 전통주 심사위원)는 "단순한 제조 공정, 농산물 가공품 중 가장 뛰어난 저장성, 시간이 갈수록 치솟는 부가가치가 술의 특징"이라며 "특히 와인의 경우 해외에서 와인에 투자하는 와인펀드가 뜰 정도로 투자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와인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품질 와인 생산을 위해 기본 지키기가 필요하다는 것.

와인의 부가가치는 6차산업과의 연계로도 주목받고 있다. 6차산업이란 생산(1차산업) 및 가공(2차산업)에 관광, 체험 등 서비스(3차산업)를 접목(1차×2차×3차=6차)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프랑스, 호주, 미국 등 주요 와인 생산국이 와인 판매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자 여행, 숙박 등과 연계한 와이너리 관광에 집중하고 있다. 1천600억달러 규모 미국 와인시장의 절반은 관광을 비롯해 경매, 컨설팅 등 관련 산업이 차지한다.

경북에서는 청도 와인터널이 좋은 사례다. 대한제국 말기에 지은 터널을 와이너리로 활용하고 있는 이곳은 2006년 문을 열었다. 와인 만들기, 시음 등 체험 행사와 각종 문화 전시를 곁들이고, 청도 소싸움, 용암온천 등 주변 관광 요소와 연계해 연중 관광객을 그러모으고 있다.

청도군에 따르면 지난해 청도 감와인은 해외 수출을 포함해 약 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청도 와인터널에는 약 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정헌배 교수는 "와인은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 원료로 그 지역만의 스토리를 입혀 다양한 관련 산업과 접목,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창조적인 농산물 가공품"이라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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