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암 발생률 전국 1위 보도 유감

입력 2013-08-21 07:48:35

'암 발생 많은 지역은 대구'부산'전남 순'이라는 기사가 이달 14일 매일경제신문 1면을 크게 장식했다. 또 자회사인 종편방송 MBN을 통해 온종일 보도했다. 이날 아침 KBS1 텔레비전에서는 조간신문 뉴스 브리핑을 통해 이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구가 전국에서 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니' 하는 생각에 필자를 포함한 많은 대구시민이 우울해졌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메인기사의 제목은 '암 발생 많은 지역은 대구'부산'전남 순'이다. 그런데 관련 기사의 본문에는 '지역별 암 발생률의 차이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나와 있다. 제목을 믿어야 할지, 본문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해진다.

이 기사는 좀 심하게 말해서 허점투성이의 엉터리 기사이다. 많은 대구시민을 포함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최소한의 객관성이나 과학성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선정적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이 기사는 암보험 가입자 2천981만 명을 전수조사했다고 하는데, 암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지역별 암 발생률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민간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가입자를 통틀어 '암보험 가입자'라고 했다는데, 혹시 중복 가입이 가능하다면 그 경우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둘째로 이 기사는 201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암 환자만 대상으로 지역별 순위를 매겼다. 그전에도 대구가 항상 암 발생 전국 1위였다면 이 기사를 신뢰할 수 있을지 몰라도 2010년, 2009년 등의 암 발생에 관한 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셋째로 지역별 암 발생률 평균은 0.3131%, 표준편차는 0.0233%이다. 표준편차 범위 안에 있는 지역, 즉 한 해에 10만 명당 290~336명의 암 환자가 발생한 지역끼리는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매일경제신문의 자료에서 이 범위 밖에 있는 지역이 대구, 부산, 전남과 제주이다. 이들 4개 지역이 왜 평균 범위 밖에 있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었어야 설득력을 갖춘 기사라고 생각한다. '짠 음식' 같은 시청자의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제대로 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넷째로 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대구의 암 보험 가입률이 턱없이 낮다는 기사의 해석은 매우 무모하다. 지역별 보험가입률의 평균은 58.88%, 표준편차는 5.88%이다. 보험 가입률이 53~64.76% 안에 있다면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하며, 대구의 암 보험 가입률은 전국 평균 수준인 58.0%이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매일경제신문의 기사는 대구를 다른 지역보다 턱없이 많은 암이 발생하는데도 암보험에는 잘 가입하지 않는 지역인 것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특정 언론이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국립암센터는 해마다 '국가 암 등록사업 연례 보고서'를 펴낸다. 보고서 안에는 민간 암보험 가입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지역별로 연령에 가중치를 둔 연령 표준화 암 발생률 자료도 들어 있다.

하지만, 국립암센터가 해마다 나오는 지역별 통계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특정 지역의 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고 진단할 근거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설사 특정 지역의 암 발생률이 두드러지게 높아도 그 원인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대구시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황당한 기사가 전국적으로 보도되었는데도 실태 파악과 해명 요구 등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항상 긴장할 필요가 있다.

이헌태/민주당 대구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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