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만화·게임 주인공"…'코스프레' 대중으로 확산

입력 2013-08-17 07:18:08

코스프레가 대중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직업 코스플레이어들도 등장했다. 게임업체 KOG는 코스프레팀 WiFun을 운영하고 있다. KOG 제공
코스프레가 대중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직업 코스플레이어들도 등장했다. 게임업체 KOG는 코스프레팀 WiFun을 운영하고 있다. KOG 제공

누구나 어릴 적에 슈퍼맨을 따라 보자기를 둘러쓰고 팔을 앞으로 쭉 뻗어 날아가는 흉내를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코스프레는 이런 가상의 인물이 돼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문화다.

코스튬 플레이(이하 코스프레)는 복장을 뜻하는 '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의 합성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같은 복장과 소품을 착용하고 행동을 흉내 내는 퍼포먼스다.

예전엔 마니아층이나 어린 학생들이 즐기는 문화에서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사회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코스프레를 즐기고 직업으로 코스프레를 하는 코스플레이어(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도 등장할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 20여 년 전부터 등장

코스프레 문화는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국의 죽은 영웅을 추모하는 예식이 그 기원이다. 영웅들을 추모하며 그들의 모습대로 분장하는 예식을 치렀고 그 뒤 미국에서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만화 캐릭터들이 입은 의상을 입는 축제가 열렸다.

코스프레라는 말은 1984년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 SF 박람회를 통해 처음 사용됐다. 국내에 코스프레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95년으로 이때부터 차츰 마니아층이 생겨났다.

청소년들과 젊은 층에게 코스프레는 이제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고민을 들어준다는 프로그램에서 중학생 딸을 둔 한 엄마가 코스프레에 빠진 딸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고 어떤 이들은 코스프레를 왜색문화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어린아이들의 놀이 문화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한 예술성도 동반한다. 코스플레이어들은 하나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를 분석하고 몇 달 걸려 의상이나 소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코스플레이어들이 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곳은 코스프레 행사들이다. 1999년 시작된 코믹월드의 경우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100여 회 이상 치러질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에서도 코스프레 행사를 연다.

대구에서는 아마추어 동호회원들이 모여 다양한 코스프레 행사들을 열고 코스플레이어들은 물론 방문객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스프레 전문 행사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에서도 코스플레이어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게임 산업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거나 홍보할 때는 어김없이 게임 캐릭터의 코스튬을 입은 모델들이 등장한다.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 2013'에서도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 행사가 따로 마련됐을 정도다.

◆코스프레도 직업이다

대구의 게임업체 KOG는 코스프레팀 'WiFun'을 운영하고 있다. 9명의 멤버로 구성된 이 팀은 KOG의 대표 게임인 엘소드 등의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WiFun의 팀장인 홍민의(24'여) 씨는 '실레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코스플레이어다. 학창시절부터 애니메이션, 영화, 아이돌,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코스프레를 취미생활로 하다 직업으로까지 선택하게 된 데는 또 다른 나를 느낄 수 있다는 코스프레의 매력에 빠져서다.

홍 씨는 "9명의 팀원들이 대부분 취미생활로 시작했다가 코스프레에 빠져 공식적인 팀에까지 들어오게 됐다"며 "전문적으로 코스프레를 하기 전에는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를 했었는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까지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코스프레가 일본 문화라는 등의 이유로 선입견을 갖고 있기도 하다. 홍 씨도 직업으로 코스프레를 하면서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왜색적 문화라는 편견이 가장 큰데 사실은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물론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도 편견을 어떻게 좋은 인식으로 바꿀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팬 페이지 등에서 응원을 해주고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아 뿌듯함을 느끼죠."

WiFun의 멤버들은 코스프레가 직업으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코스프레가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신기한 마니아층의 문화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친근한 문화 콘텐츠로 바꾸겠다는 나름의 사명감도 있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코스프레를 할 것 같아요. 혹시 코스프레를 하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도 팀의 후배들을 키워내는 서포트 역할도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코스프레와 퍼포먼스를 경험하고 또 해외의 코스플레이어들과도 함께 코스튬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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