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의 얼굴들/ 김지연 지음/ 두성북스 펴냄
지금,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국제 미술시장에서 그토록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현대미술이 오늘의 얼굴을 완성하기까지 수없이 겪은 부침과 그 드라마틱한 운명을 들여다본 책이다. 이 책의 부제도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와 함께 걸어온 중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이다.
이 책은 중국 현대미술이 어떠한 역사적 배경과 지적 풍토에서 생성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압축시켜 놓았다. 이를 위해 중국 현대미술의 진원지인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의 문화적 배경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중국 근현대미술은 상하이로부터 시작되었다. 19세기 중엽 상하이가 새로운 미술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이른바 '해파'라고도 불리는 '상해파'는 '경파'로 불리는 베이징과 달리 과감하고 새로운 화풍을 구사해서 중국 근대회화의 신기원을 이뤘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상하이는 모더니즘 등 서구 미술사조의 각축장이자 상업미술의 본거지였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면서 성장일로를 걷던 상하이는 내리막길을 맞이한다.
1949년 신중국 건립과 동시에 베이징이 다시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면서 상하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잠시 물러난다. 공산화 이후 베이징은 신중국 미술 정책의 산실이자 그 예술적 성과물의 집결지였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소위 '마오쩌둥 양식'으로 대변되는 사회주의 프로파간다 미술만이 유일한 조형언어로 인정되었지만, 10년에 걸친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젊은 예술가들은 각종 미술단체를 조직해 전위미술운동을 이끌었다. 그 뒤 1985년 중국 전역을 뒤덮었던 85신조 미술운동과 1989년 베이징 중국 미술관에서 열린 '차이나/아방가르드전'의 성공을 계기로 베이징은 아방가르드 미술의 전진기지가 되었다.
전 세계적인 중국 현대미술의 열풍에 발맞춰 베이징과 상하이 곳곳에는 2000년 이후 중국정부의 지원 아래 대규모 예술지구가 조성되었다. 두 도시의 예술지구를 거닐다 보면 중국 현대미술계의 전망과 문제점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베이징에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예술지구와 미술관들이 도시 외곽에서부터 건립되었고, 반면 상하이는 소규모의 개성적인 예술지구들이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다.
베이징에는 따산즈 798과 차오창디, 지우창, 쑹좡 등의 예술지구가 있다. 베이징의 예술지구들은 이제는 전 세계 예술인은 물론 일반 관광객들까지 열광하는 곳이 됐다. 따산즈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798 스페이스'. 이곳은 해마다 열리는 798페스티벌의 본부로 사용되어 798의 심장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상하이 예술지구는 웬만하면 지하철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그다음 세련되고 수준 높은 중국 현대미술 작품에 놀라고, 또 미술관 건물 내부나 옥상 카페에서 바라보는 황푸강과 푸둥의 풍경에도 감탄한다.
또 이 책은 중국 근대미술의 아버지, 쉬베이홍과 중국 1세대 여성 서양화가, 판위량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버려진 땅에서 예술가들의 해방구로 변신한 베이징과 상하이의 예술지구를 둘러본다. 베이징에서는 챠오양취, 따산즈 798, 차오창디, 쑹좡을 찾아간다. 상하이에서는 관광 1번지인 와이탄 외에도 모간산루 50번지, 홍팡, 타오푸 M50도 소개한다. 중국 미술 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 김지연은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면서 중국과의 인연을 시작한다. 이후 런던에서 시각 예술을 공부하고 귀국,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미술이론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지금은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시각문화에 대해 더 심도 있고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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