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네 아이들/ 오스카 루이스 지음/ 박현수 옮김/ 이매진 펴냄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는 어김없이 달동네가 있듯, 브라질에는 파벨라가, 멕시코에는 베씬다드가 있다. 빈민가를 부르는 이름이다. 대륙을 뛰어넘어 몇 십 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빈곤'은 그 얼굴만 조금씩 달리한 채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해 왔다. 20세기 빈민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산체스네 아이들'이 출간 50주년 기념판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다.
멕시코의 한 빈민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1961년 발간된 인류학 고전으로 꼽힌다. 인류학자 오스카 루이스가 아내와 함께 멕시코시티 베씬다드 까사그란데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생애를 4년간 치밀하게 인터뷰해 기록한 책이다.
아버지 헤수스 산체스와 네 아들인 마누엘과 로베르또, 꼰수엘로, 마르따는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다사다난한 인생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부인을 넷, 자식을 15명이나 뒀는데도 그 모든 식구들을 다 먹여 살린 헤수스의 강인한 생활력,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결국 좌절하고 만 꼰수엘로의 인생, 도박에 빠져 일확천금을 꿈꾼 마누엘의 이야기 등을 읽어가는 사이 우리는 이 빈민들의 인생사 저편에 존재하는 사회구조를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당시 출간과 동시에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멕시코의 민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바람에 멕시코 지리학'통계학협회는 법무부에 외설과 명예 훼손 명목으로 저자를 형사 고발해달라고 청원하기도 했다. 책은 이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번에 50주년 기념판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책에 관해 쓴 편지와 수전 M. 릭든이 쓴 개정판 서문과 후기, 산체스네 가족의 후일담 등이 자세하게 실렸다. 759쪽, 2만8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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