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야대표 8·15 경축식장서 만났지만…

입력 2013-08-16 10:28:47

8'15 경축식에서 만난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의 만남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와 증세 논란 등으로 꽉 막혔던 대치 정국 속에 여야 지도부가 모처럼 한자리에서 얼굴을 맞대는 장면이 연출됐지만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특히 '안보 정국'에 이어 '세금 정국'으로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정치권의 기대가 컸지만, 경축식장에서의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모습에서 오히려 회담 성사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오전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앉을 자리로 이동하는 통로 앞줄에 앉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스쳐 지나듯 인사만 나눴다. 또 옆에 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는 가벼운 악수만 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박 대통령은 황 대표와 김 대표 앞을 지나 아무런 대화 없이 서둘러 퇴장했다. 원내 현안을 다루려면 여야 원대대표까지 불러 '5자 회담'을 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과 대통령과 단둘이 담판을 지어야 한다며 '양자 회담'을 고집하는 김 대표, 두 사람 사이에서 여당 대표가 다리를 놓는 '3자 회담'이라는 절충안을 제안한 황 대표의 미묘한 입장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3자 회동 얘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그냥 경축식 무대가 잘 꾸며졌다는 식의 인사만 나눴다"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는 "회담 형식을 둘러싸고 보름째 평행선만 달리는 상황에서 모처럼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에서 뭔가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아무런 언급도 없이 끝나면서 당분간 회담 성사는 교착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장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서는 엄중한 정국 상황을 풀어갈 소통과 상생의 리더십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이한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여당도 당장 회담이 성사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황 대표는 "광복절 행사장에는 우리 둘만 부른 것이 아니어서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얘기만 나눴다"면서 "회담 문제는 여야 대표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당 대 당의 문제다.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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