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수 박지현 씨…"한 다리 잃었지만 수영만큼은 자신감 넘쳐요"

입력 2013-08-15 09:31:54

내달 말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전

"오른쪽 다리는 없어도 수영만큼은 남들보다 잘할 수 있어요. 이번 전국 장애인체전에 꼭 금메달을 따서 대구시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겠습니다."

환갑을 앞둔 장애인 여성이 전국 수영선수로 출전해 화제다. 주인공은 장애인 가수 박지현(58) 씨다. 그는 내달말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 장애인체육대회에 대구대표 수영선수로 출전하게 된 것. 그는 자유형 400m, 배영 100m, 한팔 접영 100m 등 3종목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대구 대표 수영선수 15명 중 최고령자다.

13일 오후 두류수영장에서 훈련 중인 그는 금메달을 꼭 목에 걸겠다는 각오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없어 균형 잡기가 쉽지 않지만 한 다리로 물을 박차고 두 팔로 물을 끌어당기는 힘이 대단했다. 배영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다. 물 위에 누워 거의 팔 힘으로 물장구를 치며 전진하는 모습이 매우 예뻐 보였다. 배영 100m는 1분 30초 안에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나이는 들었지만 물에서 하는 스포츠는 자신 있어요. 수영은 10년 넘게 해 와 몸은 20대 못지않아요."

그는 지난 6월부터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해오고 있다. 월'수'금은 올림픽수영장에서, 화'목'토'일은 두류수영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가 훈련에 나오면 25m 레인 10회 왕복(500m)은 기본이다. 젊은 장애인들도 소화하기 힘든 훈련이다. 그는 이전에도 전국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배영에서 금메달을 수차례 땄다.

그는 어려서 관절염을 앓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아픔을 갖고 있다. 장애인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대구 달구벌스포츠센터에 장애인 전용 수영장이 생기면서 다른 장애인과 취미삼아 수영을 하다 선수로 이어진 것.

이번 대회부터는 한팔 접영 종목이 새로 생겼다. 그는 한팔 접영이 어렵기도 하지만 스타트, 터치, 전진 등 꾸준한 연습을 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저의 별명이 뭔지 아세요? '매미'라고 불러요. 처음 수영선수로 출전했을 때 출발 총소리가 울렸지만 너무 겁이 나 출발선 지지대에 손을 떼지 못하고 매미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었거든요."

그는 수영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재능을 갖고 있다. 작년 진주 소양강에서 열린 전국 장애인 조정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또 스킨스쿠버 기술도 대단해 종종 바다에서 스킨스쿠버를 즐기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는 휠체어 스포츠댄스도 배워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주위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잖아요. 이런 분들을 도와가며 사는 게 제 인생의 또 다른 행복이에요."

그는 2011년 가수가 됐다. 열린장애인문화복지진흥회 대구지부 장애인연예봉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매달 단원들과 장애인시설, 양로원, 요양원을 찾아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한 달에 3, 4차례 복지관, 재활원 등에서 선율을 전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14일 대명성당에서 어르신 점심접대 행사에 초청받아 노래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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