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없는 구걸에 지쳤다"…김재하 대구FC 단장

입력 2013-08-13 10:22:32

대구시와 예산 집행 마찰, 건강도 악화돼 사의 표명

대구FC 김재하 단장이 최근 건강 악화와 예산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대구시에 사의를 표명,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구FC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김 단장은 2011년 2월 1일 취임해 이전 단장들과는 달리 소신껏 일해 왔으나 최근 악화된 건강과 예산 사용을 놓고 대구시와 마찰을 빚으면서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 단장은 13일 "나 나름 최선을 다해 일했으나 대상포진을 앓는 등 건강이 악화돼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최근 대구시가 갑자기 올해 예산(100억원)을 10억원 줄일 것을 통보해 사실상 구단 운영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지금과 같은 대구시 생각으로는 대구FC를 맡아 소신껏 운영할 수가 없다"며 "예산 집행을 놓고 대구FC를 마치 비리 집단처럼 여기는 대구시 관계자의 태도를 더는 참을 수 없었고, '메아리 없는 구걸 행각'(지역 경제인들을 찾아다니며 후원 부탁)에 솔직히 지쳤다"고 했다.

김 단장은 대구FC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는 적임자를 이달 말까지 찾아줄 것을 대구시 김대권 문화체육국장과 여희광 행정부시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단장의 거취는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그는 대구FC 창단 모태로 사실상 후원을 맡은 대구상공회의소 김동구 회장을 만나 한 차례 더 자신의 뜻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축구협회와 서포터스 등 축구팬들은 대구시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구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 축구협회는 김 단장 부임 후 처음으로 대구FC와 소통을 하게 됐고,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한 그림을 그리게 됐다"면서 "김 단장은 김범일 대구시장이 직접 뽑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사퇴 배경이 소문대로 대구시 지원 부족 때문이라면 시는 시민들의 큰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FC 팬 조성환(35'대구시 신매동) 씨는 "김 단장은 대구FC가 진정한 시민구단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인데, 왜 잘못된 평가를 받는지 모르겠다"며 "축구팬들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 관계자는 "김 단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적이 없다. 다만, 예산 사용이 불투명하고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 예산을 줄일 것을 요청했다"며 "김 단장의 사퇴 의사가 확고할 경우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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