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공부뿐…" 지방대 좁은 취업門, 도서관에 가보니

입력 2013-08-13 10:43:38

이달 7일 경북대 도서관 신관 지하열람실에서 학생들이 무더위 속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7일 경북대 도서관 신관 지하열람실에서 학생들이 무더위 속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7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도서관 신관 지하열람실은 몇 개의 자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꽉 차 있었다. 책상 위에는 토익책, 공무원 시험 서적, 대기업 인'적성검사 준비 문제집들이 자리마다 쌓여 있었다. 공부하는 학생들 중 대부분은 반바지에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텀블러를 가져와서 도서관 정수기에 나오는 찬물을 떠 마시며 더위에 맞서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학생은 물에 적시면 시원해지는 수건인 '쿨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9급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장모(30'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공부하기에는 집보다는 도서관이 훨씬 더 시원해서 이리로 오게 된다"고 말했다.

낮 기온 35℃를 기록한 이날 취업준비를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만들어낸 대학 도서관의 열기는 대구의 폭염보다 더 뜨거웠다. 취업준비생들은 "도서관만큼 시원한 곳은 없다"며 삼삼오오 도서관으로 몰려들었고, 도서관 스터디룸과 대학교 주변 카페 등지에는 취업스터디를 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날 경북대 도서관 신관 각 층마다 '공부방'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스터디룸 앞에 게시된 시간표에는 하루 중 1, 2시간을 제외하고는 예약자들로 꽉 차 있었다. 경북대 도서관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학기 중보다 방학기간에 오히려 공부방 예약이 좀 더 몰린다"며 "예약 공지를 게시하면 예약을 접수하는 날 새벽에 와서 접수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101호 공부방에서는 4명의 학생들이 약학전문대학원(PEET) 시험 준비를 위해 물리 과목 문제집과 참고서를 펼쳐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 스터디에 참가하고 있는 백모(28'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스터디원들 모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오거나 챙겨온 텀블러에 시원한 물을 담아 마시면서 공부한다"며 "다른 곳보다 그나마 도서관이 시원한 편이라 공부하기에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부하기에 시원하다'는 이유 외에도 취업준비생들이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취업준비생들 대부분은 취업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또는 같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며 공부에 대한 자극을 얻기 쉽다는 점 때문에 도서관을 찾는다. 황모(27'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알았다"며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도서관에 오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스터디룸에서 만난 백 씨도 "최근 공무원 시험이나 PEET 시험 등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라 나도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은 햇볕이 쨍쨍해 무더운 날씨보다 먹구름이 낀 취업시장이 더 힘겹게 느껴진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 중인 조모(27'대구 북구 대현동)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채용 공고가 더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올해 안에는 취업할 수 있게 열심히 공부 중이지만 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이 아니더라도 도서관에서 취업이 녹록지 않음을 느낀 대학생들도 많다. 배모(22'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선배들에게 취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는데 도서관에 와 보니 그 말이 어느 정도 실감이 난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