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술자리에서 대구 출신의 한 정치인은 "1년 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했다. 지난해 말 대선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의 정치 권력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얘기였다.
새누리당의 내부 분위기에 대해 얘기하던 그날의 술판은 이내 '무대'가 사로잡았다. '무대'는 김무성 의원의 별명이다. 지난 4·24 재보선에서 복귀할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지만 무대의 당 장악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시계를 보름 전으로 돌려보자.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말 큰 '실수'를 했다. 지난달 말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가 기밀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지난 대선 때 이미 입수했다는 기밀을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중대한 실언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오히려 당내 최고 권력자가 됐다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리는 사건이 터졌다. 발설자로 지목된 당 전략기획본부장이 언론의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라며 김 의원 앞에서 머리를 숙인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무대'는 '형님'이라는 별명을 또 하나 얻게 됐다. 당내에서는 "당은 이미 김무성 의원이 장악했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한 당직자는 "이번 소동을 통해 당의 정보 흐름을 김 의원이 잡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됐다. 고위 당직자가 납작 엎드리는 것을 보면서 여권의 많은 사람들이 '무대'가 여당의 차기 권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본 김무성 의원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에겐 계파 구별도 없고, 지역이라는 경계도 없다. 또 세대 차이도 없다. 친화력이나 리더십은 으뜸이다. 정치는 세력싸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누가 얼마나 많은 무리를 이끄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싸움이다.
김 의원의 활동 시계추는 내년 당권을 넘어 4년 뒤 대권으로 맞춰져 있다. 그는 지난달 초 전국의 시·도당 위원장을 데리고 비공개로 중국에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물론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도 중국행 비행기에 몰래 몸을 실었다. 얼마 전엔 당내 4대강 검증 TF(태스크포스)에 들어갔다. 강석호 의원이 팀장인 이 TF에 5선 의원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당내 친이계 의원들이 주축인 이 TF에 들어갔다는 것을 두고 김 의원의 의도가 뭔지는 뻔한 일이었다.
김 의원을 위시해 요즘은 부산'경남이 대세인 모양이다. 참모 2기째를 맞은 청와대도 그렇고 주요 정부 부처에도 요직엔 죄다 PK만 보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포회'(영일'포항)라며 지역이 권력의 한 중앙에 있었는데 말이다.
시샘을 넘어서 부러울 정도다. 지역엔 어디 그만한 인물이 없을까. 최경환 원내대표가 최근 단기필마로 고군분투하는 형편이지만, 일각에선 한계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한구 전 원내대표나 서상기 의원은 일흔을 넘긴 이젠 원로가 됐다.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여전히 은둔 행보만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두 번이나 연속으로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다음 대권에서는 남의 동네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의 목소리를 높이고, 구심점이 될 인물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지난해 대선에서 보여줬듯 확실한 인물이라면 80%라는 지지율을 보여줬던 지역이 아닌가. 대구경북이 다시 한 번 움직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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