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자회담… 3자회담… 핑퐁게임인가
꼬인 정국 현안을 풀기 위한 청와대와 여야 간의 대표 회담 방식을 두고 정치권이 연일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자신의 '단독회담' 제안에 '5자회담'으로 답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단독회담'을 요청했다. 청와대가 묵묵부답하는 사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처음 김 대표가 단독회담을 제안했을 때 했던 '3자회담'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역제안을 거듭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7, 8년 전 스스로 했던 말을 바꿔가며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쯤 되면 '숫자 장난'이 끝난 뒤 회담 테이블에 앉게 되는 사람은 누가 될지 궁금해질 법도 하다.
◆2→3→5→2→3→?
먼저 회담을 제안한 건 민주당이었다. 장외투쟁을 나선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일 "일대일 담판을 통해 정국 해법을 찾자"며 박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도 했다. 화답을 한 건 새누리당이었다. 이틀 뒤인 5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수정 제안했다. 황 대표의 제안을 검토해보겠다던 청와대는 새 진용을 갖추고 6일 새로운 제의를 했다. 양당 원내대표까지 포함해 5자회담을 하자고 한 것. 민주당은 다음날인 7일 "야당 대표를 존중해달라"며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만나서 담판짓자는 건데 여러 명이 둘러앉아서 하는 담판이 어디 있나"라며 5자 회담 제의를 거절했다. 청와대는 이날 "유감스럽다.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로 감감무소식이다. 단독회담을 거부해 당장 판을 깨기보다는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착상태로 빠지는가 했더니 이번엔 다시 '3자 회담론'이 나왔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8일 "당 대 당으로 해야 할 일을 대통령에게 담판 짓자고 요구하지 말고 정례화를 주장해온 3자 회담을 하자"고 재차 제안한 것. 이러한 제안에 김 대표는 "청와대에서 3자회담을 정식 제안하면 그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여전히 단독회담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한 발짝씩 양보하지 않는 한 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로 형식을 바꾸라고 하는 주문을 거듭할수록 경색된 정국은 더욱 꼬여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형식을 둘러싼 핑퐁 게임 때문에 목적은 사라지고 수단만 남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절충안으로 3자회담이 다시 나온 만큼 주말이 지나면 지리멸렬한 숫자 장난이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영수회담'
단독회담 수용을 주장하는 쪽이나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쪽이나, 이들이 펼치는 논리가 일관적인 것은 아니다. 정권에 따라 '영수회담'을 주장하는 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야의 대치로 정국이 꽉 막혔을 때면 어김없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카드가 나왔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국정 방향의 일대 전환을 위해 언제든지 대통령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일대일 회담을 제안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나는 여당의 영수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이라며 회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적 사안은 국회에서 여야가 대화로 풀 일"이라고도 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9월 '대연정' 관련 영수회담을 박 대표에게 제안했고, 전격 회담이 이뤄졌다.
2006년 8월에는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김한길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과거 대통령은 제왕적 총재를 겸했지만, 지금은 당원일 뿐이다"며 영수회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야당대표 시절에는 대통령과 단둘이 영수회담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야당 대표와 양자회담은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이라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며 단독회담을 열 것을 다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8년 전과 정확히 반대 입장이 됐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 '처한 상황'이 달라진 박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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