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하늘 반짝반짝 다이아몬드가 박혔다…예천천문우주센터 별 헤는 밤

입력 2013-08-10 08:00:00

여름 밤하늘. 우유빛깔 은하수가 밤하늘을 가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여름 밤하늘. 우유빛깔 은하수가 밤하늘을 가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12일 한반도 상공에서는 별똥별 쇼가 펼쳐진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12일 한반도 상공에서는 별똥별 쇼가 펼쳐진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여름 밤하늘.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별들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우주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우유빛깔' ' 은하수. 구슬프게 빛나는 견우와 직녀별. 허영심 많은 왕비 카시오페이아, 아내를 잃은 슬픔을 연주했던 오르페우스의 거문고, 초롱초롱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 정수리에 박힐 듯한 싸라기별까지…. 멜로(?)계를 대표하는 별들에서부터 '반짝' 스타인 별똥별까지 스타 중 스타들이다. 이들이 쏟아 내는 이야기는 여느 멜로나 막장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드라마틱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의 등장에 기다렸다는 듯이 지상에서는 맑은 눈망울들이 별을 헤아리며 전설과 신화를 그려 나간다. 깜짝 출현한 별똥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면 탄성이 쏟아진다. 갖가지 소망과 소원들이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반짝반짝' 여름밤이 빛난다

'별 볼일 없었던' 도시인들에게 여름은 별을 관측하기에 단연 최적의 계절이다. 무더위를 피해 밤 마실 나가기에도 좋은데다 신화와 전설을 간직한 별자리가 많아서다.

이 기간에는 대략 3천여 개의 별들이 등장한다. 도심을 조금만 비켜나면 4등성 별을 포함해 5등성 별까지도 관측할 수 있다. 공해로 물든 도심에서 육안으로 밤하늘을 쳐다보면 4등성 별을 보기에도 힘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출연진이다. 대도시의 불빛에 잠시 눈이 멀었던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선물인 셈이다.

특히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무리인 은하수는 여름 밤하늘 최고의 스타다. 원조 '우유빛깔' 하늘의 강물이 더욱 선명해진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가 아닌 바깥쪽에 위치한다. 이맘때면 지구에서 은하수의 중심 부분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별빛이 짙은데다 별도 많이 보인다. 반면, 겨울철은 은하의 팔 부분이 보이므로 은하수가 흐리다.

붉게 달아오른 태양이 지평선 뒤로 모습을 감추면 북쪽 하늘에서 등장한다. 이어 별 사이를 가르며 남쪽 지평선 아래까지 길게 흐른다. 은하수 주위로 흩뿌려진 별은 짧은 여름 밤을 더 아름답게 꾸민다. 오후 10시쯤 동남쪽 하늘을 보면 일등성 3개가 커다란 삼각형을 만들며 떠오른다. '여름의 대삼각형'이라 불리는 3개의 별은 여름 별자리를 쉽게 찾는 길잡이 별. 천정 근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것이 거문고자리의 직녀별, 남쪽에 있는 별이 독수리자리의 견우별, 나머지 하나가 백조자리의 데네브다.

조연들도 화려하다. 은하수를 따라 견우와 직녀 사이를 날아가는 백조자리의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고 우아하다. 백조의 머리별 알비레오는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사실은 파란색과 황금색 두 별이 붙어 있는 짝꿍 별. 직녀와 견우별을 꼭짓점으로 하여 남쪽으로 삼각형을 이루는 나머지별은 땅꾼자리의 라스알하게. 직녀와 라스알하게를 이어 지평선 가까이 내려오면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를 찾을 수 있다. 전갈자리 옆에는 궁수자리가 떠 있다. 주전자를 닮았다. 전갈자리와 궁수자리는 우리 은하의 중심 방향이라서 많은 별이 뿌려져 있고 은하수도 한결 두터워진다.

사계절의 별자리를 모두 보려고 1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하룻밤을 새우면 다른 계절의 별자리도 웬만큼 볼 수 있다. 요즘은 저녁 동남쪽 하늘에 있는 별자리가 여름 별자리. 이때 서쪽 하늘에는 봄의 별자리가 남아 있다. 밤이 깊어 자정을 넘기면서 동쪽으로 가을 별자리가 떠오른다. 새벽녘에는 겨울 별자리도 슬쩍 고개를 내민다.

예천천문우주센터 강성태 우주과학해설사는 "여름은 한낮의 무더위 때문에 복장이 간편하기 마련이다. 밤이 되면 시원하긴 하지만 습도가 높아 안개가 자주 끼고 기온도 꽤 낮은 만큼 체온조절을 못 해 감기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추위를 덜어 줄 여벌의 긴 옷은 여름철 야간관측에 필요한 물품 중 하나다"고 했다.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는 곳

"와, 별들이 반짝이는 게 꼭 다이아몬드 같아요."

5일 찾은 예천천문우주센터내 주관측실.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름 20인치(약 50.8㎝) 반사 망원경과 6인치(약 15㎝)의 굴절 망원경이 나란히 하늘을 향하고 있다. 원형 천장 돔이 회전하면서 하늘이 열리고 구름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쏟아진다. 컴퓨터에 입력된 별의 위치를 따라 망원경이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어느 순간 멈춰 선다. 반사 망원경에 부착된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대자 신기하게도 별이 눈에 잡힌다.

육안의 약 5천 배 이상의 빛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어두운 성운과 성단, 은하 등을 낮에도 확인할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낮이라도 망원경을 통해 보통 500여 개의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보조 관측실에서는 해님도 만날 수 있다. 짙은 노란색의 태양이 렌즈 가득 들어차면 군데군데 자기장의 영향으로 표면온도보다 낮아진 흑점들과 태양의 거대한 불기둥인 홍염이 선명하다. 좁쌀보다 작은 흑점 하나가 지구 5, 6배 크기라는데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어도 맑은 밤하늘을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천체 투영실)에서는 반구형 돔 스크린이 마련돼 있다. 원하는 위치와 시간의 천구를 투영해 천체의 운행, 수많은 별자리, 우주공간 속 천체 이미지를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다. 책에서 사진으로만 봐 왔던 머나먼 우주의 또 다른 별의 세계로의 여행. '한여름밤의 꿈'을 더욱 경이롭게 만든다.

그래도 별 관측은 역시 밤이 제격. 오후 7시 무렵 서쪽 하늘에서 유난히 밝은 별인 금성을 볼 수 있다. 처녀자리 옆에서는 토성이 노란빛을 내고 있다. 천체망원경을 사용했을 때 고리가 보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다. 이 밖에 견우와 직녀를 비롯해 데네브, 안타레스…. 30만 개의 별들이 구형으로 모인 헤라클레스 구상성단, 오리 모양의 야생오리성단의 모습은 차라리 신비롭기까지 하다.

천문대 중간 우주홀에는 별의 탄생과 소멸까지의 과정이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돼 있고 각종 체험도 가능하다. 우주환경체험관에서는 가변중력체험장치, 우주자세제어 체험장치, 달중력 체험장치, 우주유영체험장치 등을 통해 우주체험이 가능하다.

◆천상 최대의 별빛 쇼

8월 한 달간은 천상 최대의 별빛 쇼가 펼쳐진다.

1년 중 이맘때 밤하늘을 수놓는다고 알려진 '페르세우스 유성우'. 가장 화려한 별똥별 쇼로 알려진 이 유성우의 일부가 이미 관측되기 시작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이라는 혜성이 태양 주변을 돌면서 남기고 간 부스러기들이 지구 대기 속으로 끌려오면서 불에 타 비처럼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때 쏟아지는 유성은 모두 페르세우스자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유성은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 등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들어와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는 현상이다. 유성우는 다수의 유성이 비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유성과 유성우는 종류와 관측자의 위치에 관계없이 오전 1시부터 해 뜨기 전까지 가장 잘 보인다.

12일쯤이면 한반도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연중 최고의 별똥별이다. 수백 개의 별똥별이 동트기 전 하늘을 가득 채울 것이다"고 예측했다.

천상 최고의 멜로 스타인 직녀와 견우별도 여름 밤하늘을 사랑으로 물들인다. 둘의 사연은 기구하다. 옥황상제의 딸로 날마다 베 짜는 일을 하던 직녀는 어느 날 소를 몰고 가는 견우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린다. 둘은 마침내 소원대로 결혼하지만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일을 게을리한다. 이를 보고 화가 난 옥황상제는 은하수 반대쪽으로 견우를 보내버리고 1년에 딱 한 번, 음력 칠월칠석(13일)에 은하수를 건너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두 사람의 사랑을 기리는 축제도 열린다. '견우직녀 사랑축제'가 13일 오후 6시에 구례군 화엄사 상가 주차장에서 개최된다.

지역에서도 '별빛나이트투어'가 17일부터 시작된다. 10월 말까지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단 8월은 셋째'다섯째 토요일) 영천 화북면 정각리 별빛마을 및 보현산천문과학관 일원에서 진행된다. 보현산천문과학관의 800㎜ 광학망원경을 이용한 별자리 관측, 나만의 별자리 티셔츠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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