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선수들 여름 보양식 뭘 먹을까

입력 2013-08-10 07:51:26

"세 끼 챙겨먹고 운동 열심히…똑같죠?"

무더위에 약해진 기력 보충을 위해 보양식을 찾는 여름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서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를 3시간 이상 견뎌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떤 보양식으로 여름을 이겨낼까.

용봉탕(잉어'닭), 토룡탕(지렁이), 뱀탕, 개소주, 흑염소 진액 등 기력 회복에 좋다면 서슴지 않고 입으로 가져갔던 선배들과는 달리 신세대 선수들은 유별난 특식과는 거리를 둔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지고, 고액 연봉자들이 늘면서 선수들의 보신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여름철 보양식을 엿봤다.

◆선수들이 꼽은 '나만의 보양식'

더위에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매일 무더위 속에서 경기를 치러내려면 억지로라도 숟가락을 들어야 한다.

경기를 마친 뒤 살뜰히 챙겨주는 이 없는 자취방으로 향하는 총각 배영섭은 홍삼으로 피로를 풀어낸다. 체력 소모가 많은 포수 이지영은 오디즙과 붕어즙으로 버티고 있다. 유격수 김상수의 최고 보양식은 모친이 해주는 밥. 한때 경복중학교 인근에서 분식점을 했던 그의 어머니는 손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수도권 원정 때면 할아버지가 갖다 주는 복분자로 힘을 낸다. 김상수는 "할아버지가 정성을 듬뿍 담은 복분자를 매번 손수 가져오신다. 하지만 맛을 본 동료의 성화에 복분자를 혼자 먹지 못한다. 원정 때 팀 공동 먹을거리가 됐다"고 했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챙겨 먹는 건 비타민이다. 타향살이를 하는 외국인 선수 밴덴헐크는 "평소 치킨을 즐겨 먹지만, 여름이라고 별나게 찾는 건 없다"고 했다. 그는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최형우의 괴력은 고기가 근원이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면 최형우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기 마니아인 최형우는 주로 고기를 채소에 싸 먹는다. 최근에는 장어'양배추즙'양파즙'피로회복제 등 6, 7가지 종류의 보양식을 챙겨 먹으며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최형우는 "스스로 챙겨 먹지 않지만 결혼 후(지난해 12월)엔 아내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런 것들을 챙겨준다"고 자랑했다.

정형식은 보양식도 중요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했다. 손목과 어깨, 허리, 하체 등 필요한 부분을 강화하는 운동에 열중하며 더위와 싸우고 있다.

삼성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온갖 보양식을 찾아다니면서 먹었지만, 요즘 신세대 선수들은 먹는 것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몸에 좋지 않은 흡연과 음주를 멀리하며 체계적으로 몸 관리를 한다. 예전보다 먹는 게 다양해지고 풍부해졌기 때문이다"고 했다.

◆구단은 위생 관리에 온 힘

요즘은 구단이 나서서 선수들의 먹을거리를 따로 관리하진 않는다. 김정수 매니저는 "몇 년 전만 해도 구단에서 몸에 좋다는 한약재 등을 지어 선수들에게 줬다. 하지만 요즘은 선수 개개인이 에너지 음료 등을 후원받고,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 자기가 알아서 좋아하는 음식들을 찾아 먹어 구단에서 별도의 보양식을 준비하진 않는다"고 했다.

대신 선수들이 시합 전에 먹는 중간식(보통 오후 3시부터 차려놓는다)에 신경 쓰고, 위생 관리에 열중한다.

삼성 선수들은 홈경기가 있을 땐 아침과 점심을 각자 알아서 먹고, 오후 3시부터 클럽하우스에 차려진 음식으로 요기한다. 원정 때에는 아침과 점심, 경기를 마친 뒤 먹는 야식을 호텔 뷔페로 해결한다. 중간식 역시 호텔에서 마련한 간단한 뷔페식이다. 구단은 원정 때 늘 똑같은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홈경기에 앞서 먹는 중간식에 무척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3년 전 홈 중간식을 뷔페에서 한정식으로 바꿨다. 10가지 내외의 반찬. 물리지 않게 매번 요리를 달리하는 차림에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육회비빔밥, 콩국, 한우 불고기, 메밀국수, 삼계탕 등은 선수들의 입맛과 그날 재료의 신선도에 따라 결정된다.

고기도 미리 조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구워준다. 대식가로 소문난 박석민은 "중간식으로 여름을 난다"며 예찬했다.

삼성의 식사 관리업체 대표 김도현 씨는 "여름엔 땀을 많이 흘리고 입맛이 없어서 수분 함량이 많은 과일과 고열량의 고기류를 빠뜨리지 않는다. 좋은 음식도 선수들이 먹어야 하니, 맛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외부음식 섭취 금지라는 엄명을 내려놓은 상태. 이성근 운영팀장은 "식중독이나 배탈이 나면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팬들이 전하는 케이크, 김밥, 가열하지 않은 음식 등은 먹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