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숨바꼭질' 주희 역 문정희

입력 2013-08-08 14:49:02

발톱 빠지고 온몸 멍드는 액션 투혼…크게 안다쳐 다행이죠

# 작품이 너무 좋아 온몸 던져 촬영

# 체력단련 위해 날마다 9㎞씩 뛰어

# 출연한 아이들에겐 '연기 선생님'

배우 문정희(37)는 겸손했다.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 실화 바탕의 스릴러 '숨바꼭질'에서 그가 맡은 배역의 연기를 잘 해내, 칭찬과 인정을 받고 있는 데 대해 과시할 만한데도 선배 손현주부터 챙겼다.

"제 입으로 제가 연기 잘한다고 말하면 민망하죠. 그래도 손현주 선배님 같은 경우는 연기 면에서 정말 인정받으시잖아요? 선배를 잘 서포트해서 앙상블을 이루면 영화적인 힘이 더 생기고 저도 인정받을 거라고 믿었어요."(웃음)

잔잔한 사랑을 받다가 지난해 드라마 '추적자'로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된 선배 손현주가 부럽기도 할 법한데 문정희는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현주 오빠는 정말 악플이 없잖아요. 국민배우가 된 모습이 정말 뿌듯했어요. '나도 열심히 해서 언젠가 저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롤모델이 있는 게 얼마나 좋아요. 또 현주 오빠는 인격도 좋고 사람들까지 잘 챙기니 본받을 만하죠."(웃음)

겸손해했지만 사실 그는 손현주만큼 연기를 인정받는 배우다.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 '천일의 약속', 영화 '연가시' 등에서 사랑받았다. '숨바꼭질'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연기 선생님'이기도 했다.

문정희는 극 중 등장하는 아이들의 연기를 조언해 줬다. 이 영화의 홍보를 맡은 호호호비치 측 관계자는 "아이들이 손현주 씨는 선배님, 전미선 씨는 누나라고 했는데 문정희 씨는 선생님이라고 하더라. 연기가 잘 안 되면 문정희 씨가 맡은 주희 이모를 찾았는데 연기 지도를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문정희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누나 혹은 언니라고 얘기해주지 않아서인지 샐쭉거리면서도, 그렇게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감독님은 정말 착해서 뭐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나서야 했죠. 영화 '연가시' 때도 아이들에게 연기에 대해 조언을 하긴 했어요. 다들 엄마들 눈치를 보며 매몰차게 못 하더라고요. 하지만 전 안 그랬죠. 어떻게 가르쳤느냐고요? 연기를 맞추면서 '이건 이렇게 하는 건 어때?'라며 설명하고 행동으로 보여줬죠."

연기자이긴 하지만 아직 어린 친구들이니 모범 혹은 시범 대상이 필요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문정희의 교육법은 성공한 셈. '숨바꼭질'에서 아역들은 발군의 연기력을 펼친다. 문정희 덕이다. 오죽하면 배우 수애도 문정희에게 전화를 걸어와 연기에 대해 문의했을까?

"아, 수애씨요? 제가 '연가시' 할 때 비슷한 재난 영화인 '감기'를 찍고 있었어요. 제게 '모성애 연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영화 잘되니 축하해 주는 의미였겠죠.(웃음) '감기'가 좀 늦어져서 이번에 '숨바꼭질'과 비슷하게 개봉하는데 수애 씨를 응원하면서도 선의의 경쟁은 해야 할 것 같아요. 호호호."

문정희는 이번 영화를 찍으며 부상 투혼을 벌였다. 발톱 세 개가 빠져나갈 정도였다. 연기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생긴 상처와 멍도 많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부상은 안 생겼다. 이 정도면 순탄하게 찍은 것 같아 만족한다. 솔직히 좀 더 크게 다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배시시 웃었다.

촬영이 끝나고는 온몸에 새까맣게 멍이 들 정도였고, 집에 돌아가면 식구들이 '아니, 여배우 몸이 왜 그래?' 할 정도였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숨바꼭질'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몸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액션을 하라고 하니 뛰기도 한 거죠. '연가시' 때 물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서 먹은 거였거든요. 이번에도 몸을 써야 하니 썼죠. 그런데 괜찮은 것 같아요. 진짜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사실 문정희는 선배 손현주나 전미선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혹은, 누가 되지 않게 연기 분석을 했고 또 체력 단련도 쉬지 않았다. "매일 하루 9㎞씩 뛴다"는 그는 "촬영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인데 이제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웃었다.

문정희는 "처음에 '숨바꼭질' 제의가 왔을 때는 역할이 오픈이 돼 있었다. 내가 먼저 주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며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다. 감독님과 카페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나리오에도 관여했다. 물론 내 이야기가 영화에 어떻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극 중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공포물은 괜찮은 배우들이 안 하겠다고 하는 편"이라고 한 그는 "우리 영화도 스타 마케팅은 아니라고 기사에 났지만, 탄탄한 스토리가 있고 연기가 뒷받침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관객들이 놀라기도 하면서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허정 감독님이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예요. 하드코어 스릴러 잘하는 분으로 유명하더라고요. 알아봤는데 몇몇 단편도 잘 만들었고요.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믿음이 가서 참여하게 됐어요."

14일 개봉 예정인 '숨바꼭질' 마케팅팀은 이달 1일부터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13개 도시에서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스릴러물은 스포일러 유포로 시사회를 자신 있게 하는 편이 아니지만 영화사 측은 영화를 향한 자신감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문정희는 "스포일러를 알고서도 보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포일러 영향을 안 받았으면 한다. 또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손현주를 보러 왔다가 문정희의 연기에 뺨 맞은 느낌의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고 하니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영광"이라고 살포시 웃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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