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여러명이 하는 담판이 어디있나"

입력 2013-08-08 09:44:02

'일대일 담판' 원안 고수…민주당 "거절 유감" "양자회담 수용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7일 "내가 제안한 단독회담이라는 것 자체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 담판을 짓자는 것인데, 여러 명이 둘러앉아서 하는 담판이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형식이나 의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한 건 담판을 짓는 게 중요하니 대통령이 원하는 방식대로 둘이 만나겠다는 뜻"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야당 대표 시절 때와 같은 의전을 원치 않는다는 차원에서 '단독회담'이란 표현을 썼다"고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가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 회담'을 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제안에 영수회담을 통한 '일대일 담판'이라는 원안 고수로 맞서며 청와대에 다시 공을 넘긴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들러리'로 대화의 장에 나설 수는 없는데다 청와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형식에 집착해 회동 무산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비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영수회담을 돌파구로 원내 복귀의 명분을 찾으려던 민주당으로선 회담이 무산된다면 '회군'의 모멘텀을 찾기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고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실장은 이어 "국민을 위해 만나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 안타깝다"라며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재로선 양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양자회담 제안 배경에는 당 내부 갈등 해결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산적한 현안이 많으므로 대통령과 양당 대표'원내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청와대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여지를 뒀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회담 '핑퐁게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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